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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인정돼야
그가 다시 오를 이유 어디에도 없다
 양기용 기자 (발행일: 2010/08/26 01:20:14)

[논단]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인정돼야
그가 다시 오를 이유 어디에도 없다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코메디 프로가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2등부터는 루저가 되는 사회현상을 꼬집어 말한 그 프로를 가끔 보면서,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도 들여다 봤다.

스펙(스페시피케이션 specification : 명세서 등)을 수단시해서 꼭 취업하고, 출세하자는 학생들의 의식구조를 보면 위험천만하기 짝없다. 처음 난 스펙이 스펙트럼(spectrum)의 약자인줄 알았다. 건강한 개인,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흔히 쓰는 스펙트럼을 강조하는 요즘 학생들이 대견하다 싶었는데, 그것과 전혀 다른 신조어 취업 무기란다. 솔직히 그네들이 어마어마한 스펙을 갖춰 출세한들 스펙트럼없는 스펙은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칸첸중가 산(Kanchenjunga, Kinchinjunga 8,586m)은 네팔과 인도의 국경에 위치한 세계 제3봉. 8,450m가 넘는 네 개의 봉우리를 포함하여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하여 '다섯 개의 눈의 보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Kangchenjunga. May 18, 1989 Ed's first 8,000 summit. ⓒwww.edviesturs.com 서울포스트
▲ 에베레스트에서 내려다 본 캉첸중가와 마칼루 ⓒwww.edviesturs.com

SBS는 지난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산악인 오은선씨의 칸첸중가(캉첸중가, 킨친중가) 등정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를 시청한 대부분의 여론은 '오은선씨가 칸첸중가를 오르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2008년 미국인 에드 비스타 등정 기록과 함께 히말라야 14좌를 서울포스트에 정리해 본 적이 있다. 고미영씨의 파키스탄 드리피카 초등도 실었었다. 그만큼 자연의 아름다움과 외경스러움, 그리고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히말라야를 안타깝게 조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최근 이 사태를 보면서 산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이 든다.
1. 정말 오은선씨가 정상을 멀리두고 정상 비스무리한 데서 사진을 찍은 것인가.
2. 시계가 불량한 상태에서 여기가 정상이다,라고 확신하고 사진을 찍은 것인가.
1의 경우라면 오씨가 거짓말을 한 것이고, 2의 경우라면 정상이 아니라고 해도 오씨는 칸첸중가를 정복한 것이다,라는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동행한 셀파들의 엇갈린 증언은 아무 근거가 될 수 없다. 또 오씨가 잃었다는 (품안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원대산악회 깃발이 정상이 아닌 곳에 눌려져 있다는 것도 전혀 근거가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징적으로 태극기와 회사기였을 뿐이다. 본인이 정상이 아닌 그 곳에 그걸 펼쳐 놔 둘 이유도 없고, 오히려 오씨가 흘린 것을 누군가가 거기에 눌러 놔뒀거나 또 다른 깃발일 수 있어 이후 등반가들이 그걸 주워와 제시한 것은 적절치 않다. 게다가 칼같은 눈바람 몰아치는 그곳에 온전히 놓여있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나폴레옹이 눈보라를 뚫고 이탈리아 원정 알프스를 넘으며 제 루트인줄 알고 간 곳에서 "여기가 아닌갑네?, 어? 아까 거기가 맞는가벼!"라고 했다던 말은 역사적 일화이다. 콜럼부스가 신념에 차 발견했다는 서인도제도는 인도양의 인도와 정반대인 중앙아메리카 대서양에 있는 바하마 제도 쪽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기가 거기다"고 확신했다. 그들은 그들이 생명을 담보로 찾은 곳을 '맞다'라고 믿었다.

▲ 오은선 대장이 2009년 5월 6일 칸첸중가 등정을 증명하기 위해 찍은 사진 ⓒ자료사진

오은선씨도 캉첸중가 정상을 그렇게 정복했을 것이다. 그의 대단한 일등주의의 스펙이 비난을 받을지 모르고 무리한 '등정주의'가 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등로주의'를 추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산책이나 즐기는 사람이 아니기에 상업적 등정주의를 꼬집을 바도 못된다.

그간 오은선,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 히말라야 14좌 완등), 고미영(히말라야 11좌 등정)이 '여성 세계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고미영은 희생되었다. 고씨의 죽음도 프로 등반가였음을 감안할 때 사실은 오은선 등반만큼이나 미스테리 투성이다.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여부의 판단은 저 지난달 월드컵 오심에서 보았듯 관중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공인된 심판관이 아닌 대한산악연맹이나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가 결론을 내릴 문제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묘하게도 지난 천안함 사건과 똑같이 오버랩된다. '오은선이 등반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와 '천안함은 북한어뢰로 침몰되었다'는 결론을 동일선상에 놓고 벌인 증명작업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것이다. 이미 천안함 북한어뢰설은 6.2지방선거결과에서 그 진위가 판명되었다.

▲ 필자가 오른 설악산(대청봉-정상 표지가 분명하다)과 한라산(백록담-많은 사람과 눈보라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었다. 사진은 정상 부근)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그날 방송에서 홀리 여사의 말은 여러 의미를 담고있다. "오은선 대장이 등정했다고 내놓은 사진은 겨울의 카트만두 외곽에 나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 대장이 거짓말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녀가 정상을 잘못 알고 있을 수는 있다... 이 문제는 '논쟁 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도 칸첸중가를 등정한 유명 산악인들이 많다. 그 문제는 한국에서 결론내야 할 부분이다."

오은선씨는 나타난대로라면 모두가 '거기'라는 칸첸중가 정상을 밟은 증거가 없다. 그러나 그는 주관적으로 정상을 정복한 것이다. 이는 정말 신(神)만이 그 판단을 해 줄 일이다.


[추기 : 산도 좋아하는 필자는 2008년 미국인 에드 비스타 등정 기록과 함께 히말라야 14좌를 인터넷신문 서울포스트에 자세히 정리해 본 적이 있습니다.(아래 관련 기사) 고미영씨의 파키스탄 드리피카 초등도 실었었죠. 그만큼 자연의 아름다움과 외경스러움, 그리고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히말라야를 안타깝게 조명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 학력, 경력에까지 딴지를 거는 등 인신공격을 했네요.(지웠지만) 나, 60년 전남 보성 생, 5000년 역사상 왕(박정희)이 설립한 유일한 고등학교 경북 '금오공고' 나왔습니다.(조선대 공과대 중퇴, 방송대 영문학과 재학) 우리들 사이이긴 하지만 소위 '왕립학교'라고 불렀죠. 그 학교에서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법, 가난한 자와 약자와 더불어 사는 법, 정의편에 서는 법 등을 배웠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301학군단소속으로 군사훈련도 마스터했습니다. 상무대 육군보병학교 중사전역(80년 5·18계엄경계군), 수협중앙회를 거쳐 지금은 서울포스트 발행인. 소위 명문대와 견줘 실력에서 뒤진다지만 다른 모든 것에서 그들에 손색없도록 교육 받아왔습니다. 됐습니까?]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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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총 56건)
양기용기자님? 댓글지우지마세요.  l  2010.08.30
제가 몇일전에 "다른 모든 것에서 그들을 압도하도록 교육 받아왔습니다. 됐습니까?"라는 기사의 마지막 문장을 보고 교육이란 누구를 압도하기 위함이 아니고, 누구를 압도하는 그런 교육은 어디서 받느냐라고 댓글을 달았더니...내 댓글을 보고 기사 내용을 보시는바와 같이 수정을 했는데.... 제 댓글은 아무 언급없이 삭제를 했군요. 기자님 기사가 소중하면 내 작은 충고도 소중한 법입니다. 내 댓글을 보고 기사까지 수정하니 창피하셨나보죠? ㅎㅎㅎ...유감 이네요. 건투를 빕니다. ^^
예, '숑숑'님 자료 잘 봤습니다 양기용 기자  l  2010.08.29
중요한 자료들이었습니다.
산악연맹이 '오은선 인정서 반대까지'나 노르웨이 산악팀 사진은 좋은 근거더군요.
sbs의 편파성, 김재수씨 주장만 있는 한국산악연맹 모두 문제 투성입니다.^^
양기자님의 예리한 감각 진실로 밝혀질 것 숑숑  l  2010.08.28
http://blog.daum.net/nbcho/8637220?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nbcho%2F8637220

분명히 기자님은 남다른 감각이 앞서가시네요...
독보적인 이 기사는 반드시 입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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