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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광릉수목원 시낭송단풍회 ⓒblog.daum.net/grinky |
시인들은 4계절을 그냥 보내지를 않는다.
예쁜 글 솜씨로 시 한 수씩 남겨가기를 그 옛날 소싯적부터 한평생 살아오면서 시(詩)가 인생의 전부가 된 사람들이다.
잔뼈가 여물도록 쌓아온 실력들이 이날에는 일찌감치 광릉 수목원에서 하루가 되었다.
얼룩진 사회의 뒤안길에서 원로가 되신 시인들이 풍경을 보는 눈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고 조국의 품을 따뜻하게 보는 글이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매 달마다 시낭송을 하는 월례 모임이 이번 10월 달에 광릉 수목원으로 열리게 된 까닭은 시인들이 고유의 한국 얼에 심어놓은 대자연의 흔적이 고도로 발달하는 현대 문명에 밀려서 어떤 수종은 이미 이름만 남기고 사라졌는가 하면 우여 곡절 끝에 발견된 우리의 수목을 여기 광릉 수목원에 오면 보고 감상하며 그 이름 그대로 생명으로 지키려는 시인들의 마음을 담기 위해서다.
1호선 전철을 타고 의정부 역사내의 광장에서 아침 9시 반에 집결하기로 한 시인들의 차림새가 높은 산이라도 단숨에 오를 뜻한 활기찬 모습들이었다. 의정부역 앞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지나가면 “광릉수목원 광장입니다.” 라는 버스 안내방송이 들린다.
광릉 수목원을 찾아오는 관람객이 평일에는 3천명 공휴일에는 5천명이라는데 이날은 토요일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은 무리들이 어림잡아 5천명이라고 봐야겠다.
쾌적하고 아름답기로 비할 바가 없는 숲속의 세상인데도 교통이 너무나 불편해서 대중교통을 늘리고 진입도로도 좀 넓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곳 관리인들은 우리의 당당한 의견을 꺼리는 것이 아닌가.
요 얼마 전만 하여도 버스 배정을 2시간 이상이었는데 한 시간에 두 번 정도로 교통편을 늘리게 된 것을 강릉 수목원의 관리인들은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찾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면 차량매연과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그나마도 줄어들고만 하는 한국자연산 수목들의 번식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광릉 수목원에는 한국토종자생의 나무와 활엽수 그리고 한국토종의 멸종된 동물들을 사육하며 보전되는 야생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일생을 다 바쳐서 광릉 수목원을 가꾸며 관람객에게 생명의 숲을 알려주시는 원로 시인동료 한분이 이곳에 있기에 수목원을 찾는 남다른 정으로 맞게 된다.
수목원 일대의 내력을 안내 가이드로부터 재미있는 미풍양속의 이야기를 곁들어가면서 관찰하는 아름다운 경관에 짙어가는 가을맞이 단풍이 제법 가깝게 물들은 절효의 시기를 일행들은 거니는 길목마다 밟히는 가량 잎 소리를 들으며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들뜬 마음이 되었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다 모인 경관에 취하면서 길섶 어구에 고여 있는 옹달샘물에 목을 시원히 축이는 그 맛이 감격을 북돋우기도 한다.
숲의 내력을 안내하는 문학 동료와 함께 나무 한그루마다 지나치는 시간이 너무나 아쉬운 정이 되어서 거닐다보니 어느 뜻이 일행들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점심거리들을 곧 쏟아져 내리는 가랑잎을 맞으며 단풍 나무아래서 풀었다.
점심식사를 곁들이고 앉은 자리에서 매회 진행되는 창작시 낭송을 오늘은 수목원 안뜰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시낭송을 한 분 한 분 할 때마다 박수소리가 낙엽 떨어지는 광릉 수목원의 시야에 흥겨움을 돋구기가 충분한 순간들이었다.
가을 나들이를 즐기며 찾아드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시낭송이 울긋불긋 짙은 단풍과 함께 노래화음이 피어날 때 지저귀는 산새들의 합창이 얼마나 아름답게 다가오는지 그저 오늘 이 시간이 멈추어서 행복이 길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광릉 수목원에는 재롱을 부리는 한국토종의 반달곰이 있고 산비탈 아래로 몸이 오싹하도록 울리며 으르렁되는 송아지만한 호랑이를 볼 수가 있다.
그 무엇보다 마음이 든든하게 하는 일행의 앞에는 시인들의 모임을 같이하며 수목원을 지키는 우리들의 원로시인이 있다는 것이다. 시인들은 글을 안 쓰면 안 썼지 거짓 글을 쓰지는 않는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대다수 시인의 생각들은 광릉수목원에서 활갯짓 하면서 하늘 날고 고목나무에 붙어서 나무껍질속의 벌레를 파먹고 둥지를 만드는 한국의 천연기념물 제197호 크낙새를 보는 행운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슴 한가운데 품고 있었다.
크낙새를 몹시 기다리던 어느 시인은 시제를 크낙새로 잡고 사색에 젖으면서 크낙새의 흔적을 찾느라고 해묵은 나무를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기울자 원로 시인들의 월례회 행사는 의정부 전철역까지 가야하는 대중버스를 콩나물 시루같이 발을 디딜 틈도 없이 선 채로 달리면서 시인들의 월례회 행사는 마침표를 찍게 된다. 수목원을 찾은 일행들은 이렇게 비좁은 버스 칸에서 밀고 당기며 불편을 거듭했지만 어느 누구하나 버스를 더 증편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수목원을 곱게 지키려는 마음으로 이미 교통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다.
자연의 경관에 취하면서 자연 그대로를 지키려는 원로시인들의 나라사랑 나무사랑의 진실을 원로 문학 동인들이 가을맞이를 보낸 강릉수목원의 월례회 정모행사 추억담 속에서 찾아보았다.
▣ 환경운동가 · 시인, 수필가
(정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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