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느닷없이 권력체제에 관한 개헌 문제가 정가의 중심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지금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의 정치적 성격과 이념적 정향 및 대립 양상으로 볼 때 과연 개헌 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뜻에서 시기적으로 개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필자에게 충격적인 것은 문제의 개헌 논의가 ‘대통령 4년 중임제’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가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대한민국의 60년 헌정사를 회고할 때 가장 끔찍했던 일은 두 차례에 걸쳐서 헌법이 ‘대통령의 중임제(重任制)’를 허용했을 때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 때) 예외 없이 우리가 겪어야 했던 현직 대통령의 장기집권 기도로 인한 정국의 혼란이었다. ‘중임제’가 허용되었을 때 ‘초임(初任)’ 기간 중의 대통령이 ‘재선(再選)’ 기반 구축 위주로 국정을 관리할 가능성, 그리고 이와 아울러 ‘중임’ 대통령이, 과거 이승만과 박정희가 했던 것처럼, ‘3선(選)’ 또는 그 이상을 노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1960년 정ㆍ부통령 선거 때의 ‘4할 사전투표’로 인한 4.19 학생의거와 1972년 ‘유신개헌(維新改憲)’으로 겪어야 했던 정치적 진통에 대한 기억을 떨어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번의 개헌 논의는 일단 내각책임제에 대한 검토를 위주로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 같은 의미에서 아래의 글을 읽어 주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 전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내각제를 선호했으나 이들이 이승만(李承晩) 박사의 외고집을 꺾지 못해 결국 건국 초기부터 대통령중심제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중에 1960년 4.19 혁명 이후 내각책임제 개헌이 이루어져 그 해 7.29 총선거에서 이긴 ‘민주당(民主黨)’이 내각제 정부를 출범시켰으나 이 정부가 그 다음 해 5.16 군사혁명으로 무너짐에 따라 내각책임제 정부는 단명(短命)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도합 9명의 대통령이 재임했다. 이승만(1948～60), 윤보선(尹潽善: 1960～62), 박정희(朴正熙: 1963～79), 최규하(崔圭夏: 1979～80), 전두환(全斗煥: 1980～88), 노태우(盧泰愚: 1988～93), 김영삼(金泳三: 1993～98), 김대중(金大中: 1998～2003), 노무현(盧武鉉: 2003-2008) 대통령이 그들이다. 이들의 말로(末路)는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불행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19로 사임한 뒤 그 해 하와이로 망명했다가 그 곳에서 1964년 병사했다.

▶윤보선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혁명을 당한 뒤 시위소찬(尸位素餐) 생활 끝에 1962년 사임했으며 그 뒤 박정희 정권에 대한 극한투쟁으로 일관하다가 1990년 병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의 성공으로 ‘조국근대화’의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집권’과 ‘권위주의 독재’에 집착한 나머지 1979년 최측근인 김재규(金載圭)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권총으로 암살당했다.

▶최규하 대통령은 군부의 강요에 의해 1980년8월16일 타의로 사임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대통령은 퇴임후 내란 및 수뢰 등의 혐의로 각기 무기 징역과 17년 징역형을 살다가 형기(刑期) 감면으로 방면되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IMF 관리를 초래한 실정(失政)과 이권을 농락한 아들, 그리고 측근 인물들의 부패 문제로 퇴임 후도 편안치 않은 형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세 아들은 물론 그의 핵심 측근 참모들이 온갖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어 옥고(獄苦)를 치렀고 그 자신은 이른바 ‘햇볕정책’을 앞세워 수억 달러의 ‘검은 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북의 독재자 김정일(金正日)에게 갖다 바치고 그 대가로 김정일과의 회담을 성사시켜 <6.15 공동선언>이라는 말썽 많은 합의문건을 생산하고 또 의심 투성이 ‘로비’ 활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획득했다는 시비에 휩싸여 있다.

▶온갖 실정(失政)으로 재임 기간 중 가장 말썽 많은 말썽과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그의 고향 경상남도 김해(金海)로 ‘상왕(上王)’ 식 낙향(落鄕)을 감행한 노무현 대통령의 앞날 이 어찌 될 것인지는 시간이 좀 더 경과해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대통령중심제는 유교문화 및 아직도 많은 국민의 의식구조 속에 남아 있는 왕조(王朝)문화의 잔재와 결합하여 특유의 정치문화의 형성을 유도해 왔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국민의식구조 속의 ‘나랏님’ 증후군(症候群)과 결합하여 대통령이 법 초월적 존재가 되어 법 위에 군림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임기’중 모든 책임 추궁으로부터 면제되어 있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무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그 동안 대통령선거는 지역감정 조장의 원흉이었다. 그 동안 김대중ㆍ노무현 두 대통령이 특히 이른바 “지역감정 타파”를 소리 높여 외쳤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가 있는 한 지역감정은 시간이 흘러 갈수록 악화되었으면 되었지 절대로 순화되지 않고 있다. 김ㆍ노 두 대통령이야 말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이에 편승하여 당선된 대표적인 사람들이었고 재임 기간 중에도 입으로는 “지역감정 타파”를 운운 하면서 실제 행동으로는 ‘지역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을 서슴치 않았었다. 이렇게 된 결과 이제는 경쟁상대인 다른 쪽 지역의 유권자들이 ‘한’ 풀이를 다짐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영어로 “Winner Takes All”의 ‘독식(獨食)’ 게임이다. 이기면 천하(天下)를 얻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우리 고장 사람으로 뽑자”는 지역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 지역감정의 격화는 필연적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지연(地緣)에 근거한 인사를 강요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의 국가사회가 대통령중심제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다기능화 되고 있다. 권력의 속성상 대통령중심제에서는 국정의 모든 구석구석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게 된다. 권력의 집중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자연인으로서의 대통령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집단지도 방식과 분업(分業)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주식회사’ 방식의 국정운영이 필요한 것이다. 내각책임제 정부가 바로 ‘주식회사 식 정부’다. 내각책임제 정부에서는 국회의 의석이 ‘주식’이고 정당들이 ‘주주’다. 내각책임제 정부는 주식회사의 주주에 해당하는 정당들이 주식에 해당하는 보유 의석에 비례하는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있으면 단독으로, 없으면 과반수 의석을 형성하는 복수의 주주가 ‘연합’하여, 집행부를 구성하는 제도다.

○내각제 정부의 핵심적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로는, 내각책임제 정부의 수반으로 국정의 책임자인 수상은 주어진 임기동안 완벽한 ‘면책특권’의 혜택을 향유하는 대통령중심제의 대통령과는 달리 ‘임기’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둘째로는, 내각책임제 정부의 수반인 수상은 법 초월적인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대통령중심제의 대통령과는 달리 그가 수행하는 국사에 관하여 항상 국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불신임’ 결의를 하여 물러나라고 요구하면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야 한다. 이로써 정치가 국민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일은 지양되게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각책임제하에서는 정치가 불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각책임제 정부를 가지고 있는 외국에서 그러한 예가 있기 때문이다. 이태리나 이스라엘에서 그러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고 과거 한 때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내각불신임 공세의 남발로 정부 수명이 수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계 내각이 성립될 수 없어서 무정부 상태가 생기기까지 했던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같은 걱정 때문에 두어 가지의 안전판(安全瓣)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는, 하나의 내각이 성립되었을 경우 그로부터 1년 이내에는 국회가 내각, 즉 수상에 대한 불신임 표결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기간 중에라도 수상 이외의 개별 각료들에 대한 불신임 표결은 허용되어야 한다. 둘째로는, 이에 더하여 독일식 ‘건설적 내각불신임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수상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되더라도 그 즉시 불신임된 내각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후임 수상이 임명되고 국회가 이 임명에 동의하여 새 내각이 성립될 때까지 불신임된 내각이 계속 국정을 맡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두는 이유는 이렇다. 대체로 내각책임제하에서는 국회에서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이 잘 나오지 않게 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 2개 이상의 정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되어 있다. 지금 내각책임제 정부가 보편화되어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보면 대다수의 국가에서 이 같은 ‘연립정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경우 자칫하면 오히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 중 소수당들이 그들이 빠지면 ’연립정부‘ 구성이 어려워지는 약점을 악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과도하게 함으로써 ’연립정부‘ 구성을 실제로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하여 나가는 내각과 들어오는 내각 사이에 공백이 생기는 정치불안이 생겨나는 것이다.

’건설적 내각불신임제도‘는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들어오는 내각이 성립되지 않으면 나가게 되어 있는 내각이 나가지 않고 집권을 계속하게 되므로 국정의 공백이 없어진다. 들어오는 내각에 참여할 소수당들도 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오히려 나가야 할 내각의 수명 연장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므로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우리가 고려할 내각책임제 헌법은 새로 들어오는 내각에 최소한 1년의 국정운영 기간을 보장해 주고 거기에 더하여 소수당의 횡포로 인하여 국정공백이 발생할 소지를 없애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내각책임제의 운영이 정치불안을 조장한다는 일부의 비판은 근거가 없다.

○정치불안으로 말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대통령중심제 정부를 운영하는 동안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가 안정되었던 기간이 과연 있었느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정치문화적 원인이 겹친 결과이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중심제는 국정이 여당에 의해 ‘배타적․독점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야당이 ‘거부’ 일변도의 정치문화에 집착하여 어느 한 때도 정국이 안정된 시기가 없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중요사안이 국회 안에서 항상 계속되는 정쟁에 휘말려, 신중을 결한 졸속심의 끝에, 통상 정부․여당 수뇌부의 ‘작전지시’에 따라 ‘날치기’ 등 변칙적 방식으로 통과되어 왔고 그 결과 정치불신과 정국불안이 나날이 심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서의 경험에 의한다면 내각책임제하에 정국이 불안해 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임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를 보면, 물론 서독의 경우이지만, 1949년 독립 이래 역대 수상의 재임기간은 아데나워(Konrad Adenauer)가 14년, 에어하르트(Ludwig Erhard)가 3년, 키징거(Kurt Georg Kiesinger)가 3년, 브란트(Billy Brandt)가 5년, 슈미트(Helmut Schmidt)가 8년, 그리고 콜(Helmut Kohl)이 15년을 재임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태리와 최근의 일본 등 몇 나라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내각책임제 국가들이 장수 내각과 정국 안정을 구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내각책임제 정부가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을 한다.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세계에서 도합 76개의 신생국가가 탄생했다. 이들 나라 가운데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한 33개국은 모두 실패하여 권위주의 형 독재국가가 되었다. 반면,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43개국중 29개국에서 민주주의 정부가 착근에 성공하고 있다. 미국이 유일한 예외이지만, 오늘날 내각책임제 정부는 세계의 대세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내각책임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하고 있다. 싱가폴, 이스라엘, 이태리, 인도, 핀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네델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페인, 폴투갈, 오스트랄리아, 뉴질랜드. 일본, 영국, 카나다 등 비교적 안정되고 잘 나가는 나라들은 대부분 내각책임제 국가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즉, 대체로 대통령중심제 국가는 중․남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중동지역과 아프리카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제 21세기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계속 이들 정치적 후진지역 국가들과 정치행태를 공유해야 할 것인가는 심각한 자기성찰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들은 과거1960년에 시도했던 내각책임제 정부의 예를 들기도 한다. 이 것 또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 때의 우리나라는 개인당 국민소득이 1백 달러가 채 못 되는 저개발 국가였다. 게다가, 그 때의 내각책임제 정부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착근이 되기 전에, 내각제 정부 성립 이전의 이승만 정부를 상대로 모의되고 준비되었던 5.16 쿠데타에 의해 타도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내각책임제 정부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나라들의 예를 보면 맞는 얘기가 아니다 외국의 사례들은 내각책임제 정부들일수록 난국에 처하여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경우 처칠 내각은 나치독일의 V2 폭격에도 굴하지 않고 2차대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승리로 이끌었고, 애틀리 내각은 원자폭탄을 개발했으며, 이든 내각은 스웨즈 운하 전쟁을 수행했고, 여성인 대처 내각은 포클랜드 전쟁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영국답지 않게 IMF 관리를 받기에 이르렀던 거덜 난 경제를 회생시켰다. 구서독의 경우에도 아데나워 내각은 전후복구와 함께 베를린 봉쇄를 이겨 냈고, 에어하르트 내각은 ‘라인 강의 기적’으로 알려진 경제재건을 이룩했으며, 브란트 내각은 ‘동방정책’을 수행했고, 콜 내각은 독일통일의 위업을 성취했다. 이스라엘은 불과 6백만의 인구로 도합 2억이 넘는 인구를 갖는 아랍 국가들의 포위 속에서 독립을 수호하고 있고 일본 또한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서 정치와 경제를 재건하여 오늘날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각책임제 정부가 이룩해 낸 업적들이다.

○특히, 내각책임제 정부로서는 통일에 대비할 수 없다는 일부의 비판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거꾸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내각책임제 정부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각제 정부를 가지고 통일 위업을 이룩해 낸 독일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지만, 통일을 생각할 때는 우리는 통일이 이루어진 후 통일된 국가에서 2천2백만 북한출신 동포들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통일이 원활하게 완성되려면 통일국가의 정부 안에서 이들 북한출신 동포들의 의사와 이해관계가 충분히 대변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중심제하에서는 기껏해야 한․두 명의 국무위원이 북한출신 동포들 가운데서 나오는 것이 고작이다. 이들은 전문성에 따라 일을 맡게 된다. 이들은 정부 안에서 정치적으로 북한출신 동포들의 의사와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내각책임제 정부에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내각책임제 권력구조에서는 북한 동포들을 대변하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독자적인 정당을 묶고 이 정당이 ‘연립정부’의 파트너로 정부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와 국회에서 북한 동포들의 권익을 최대한 대변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국민들은 내각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정치인들의 자질, 그리고 자질의 차원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정치인과 이권의 결탁에 의한 정경유착과 이로 인한 부패정치의 구조화를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끊임없이 언론에 의해 부각되어 온 정치인들의 부패행각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괴(自愧)를 금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대통령중심제하에서 절대권력과의 연계 속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의 규모와 정치인들이 연루되는 부정부패의 규모 간에 존재하는 엄청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경구(警句)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절대 부패는 절대 권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대통령선거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과 우리 국민정서의 권력지향 성향이 맞물려서 엄청난 권력형 비리를 양산해 왔다. 전직 대통령들의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 실태, 전직 대통령의 영식들이 관련된 권력형 비리 사건, 대통령 측근가신들의 방만하기 이를 데 없는 부패행각 등이 그러한 것들이.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연루된 부분은 대개의 경우 ‘떡고물’에 비유되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최근 일본과 이태리에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가들이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구조와는 상관없는 건전한 정치구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konas)

李東馥(15대 국회의원/전 명지대 초빙교수/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