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더티 15개국'에 관세폭탄 겨눈 美…한국도 포함되나
입력2025.03.19. 

베선트 美재무 "내달 2일 국가별 관세율 발표

"對美 흑자·무역장벽 국가 지목
"美에 상당한 관세 부과" 지적

비관세 장벽도 동시에 거론
韓에 소고기·IT규제 문제삼아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

"트럼프 찾아와 사전 협상 땐
일부 관세 부과되지 않을 수도"

미국이 오는 4월 2일 국가별로 상호관세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고 있으면서 관세 또는 비관세 장벽을 둔 국가를 ‘지저분한 15개국’(dirty·더티 15)이라고 지칭했다. 한국이 여기에 포함되면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더티 15’라고 부르는 국가들은 상당한 (대미) 관세를 두고 있다”며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도 많지만 이는 대부분 교역량이 적은 나라”라고 말했다. 또 “관세만큼 중요한 것은 일부 비관세 장벽”이라며 “이들 국가는 현지 생산을 요구하거나 우리의 식품이나 제품 안전성과 전혀 관계없는 검사를 하는 반면 우리는 그들의 제품에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은 ‘더티 15’가 어떤 나라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을 상대로 상당한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상품 기준)에서 최대 흑자를 낸 나라는 중국과 유럽연합(EU)으로 흑자 규모가 각각 2900억달러, 2300억달러가 넘는다. 멕시코와 베트남도 10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냈다. 한국의 흑자 규모는 660억달러다. 대만(739억달러)과 일본(685억달러)은 한국보다 대미 흑자가 많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미국과의 교역이 대부분 무관세로 이뤄진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이 관세와 함께 비관세 장벽을 동시에 거론한 만큼 한국의 부가가치세, 환율 정책, 농산물 수입 규제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캐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미국이 유럽 중국 한국 등에서 지속적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들 국가에 비관세 장벽과 높은 관세가 있다”며 유럽, 중국과 함께 한국을 비관세 장벽이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위생·검역(SPS) 규정과 온라인플랫폼법 이슈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문제, 쌀 시장 보호 정책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관세율이 낮다는 것은 미국 측도 알고 있지만 부가세(10%)와 수입 규제를 문제 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하려 할 것으로 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19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회에서 한국도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USTR이 지난달 20일 공고한 ‘불공정 무역 관행 및 상호적이지 않은 무역 협정으로 인한 피해 조사를 위한 의견 요청’ 문서에서 무역 규모가 큰 주요 20개국(G20) 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정부가 개입해 공공기관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것은 계속 리스트업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이 숫자로 미국과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등에 적용되는 품목별 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가 중복 적용되는 상품의 관세 부과 규정이다. 이와 관련해 종전에는 단순 합산 방식으로 최종 관세율이 결정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베선트 장관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 합산해서 관세율을 계산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하며 “다음달 2일이 가까워지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 부과 직전까지, 또 부과 직후에도 협상이 계속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악의 무역 파트너 중 일부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찾아와 관세를 대폭 인하할 것을 제안했다”며 “4월 2일 전에 협상되면 일부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상호관세 수치가 발표된 후에도 “각국이 우리에게 와서 관세율을 낮추는 협상을 원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협상에 따라 관세가 없어지거나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은정진 기자 selee@hankyung.com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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