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일본 지식인들 “한·일, 1965년 기본조약 해석 통일해야”
입력2025.01.20.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왼쪽 세번째), 오카모토 아쓰시 전 월간 ‘세카이’ 편집장(네번째) 등 일본 지식인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20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오카모토 아쓰시 전 월간 ‘세카이’ 편집장 등 일본 내 지식인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 맺은 한·일 기본조약에 대해 두 나라의 해석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아직 매듭짓지 못한 북·일간 국교정상화 협상의 재개도 요구했다.

와다 교수 등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은 20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성명을 내어 “2025년은 일본 패전 80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60년이 되는 해이지만, 두 나라는 여전히 식민지 지배에 뿌리를 둔 심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며 “한·일 기본조약 조문의 해석을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성명에는 모두 일본인과 한국인을 포함해 29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우선 한·일 기본조약 2조의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문구의 해석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당시 병합이 ‘합의’에 따라 이뤄졌지만, 1948년 한국이 독립국가가 되면서 현재 조약이 ‘이미 무효’가 됐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1910년 당시 한·일 병합조약에 ‘일본국 황제 폐하는 앞 조항에 게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또한 완전히 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함을 승낙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1910년 조약 자체가 불법·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애초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외교부도 “한일 강제 병합조약은 강압적으로 체결됐고 이에 따라 원천적 무효”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와다 교수 등은 “일본 쪽이 한·일 기본조약 체결 당시 조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사죄를 거부한 채 반성하지 않은 게 화근을 남겼다”며 “21세기도 4분의 1이 지난 지금, 과거 제국주의 시대 병합을 정당화하려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밝혔다. 이어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의 뜻과 진심 어린 사과”, “민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등을 언급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담화와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 등을 언급하며 “조약 2조의 해석에 대해 일본 쪽이 한국에 다가선 것이며, 이게 한·일, 북·일 관계의 기조가 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의 결정 제195호(III)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고 정한 3조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 조항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국’이 한반도 전역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점을 확인한 반면, 일본은 한국의 통치권이 과거 유엔 감시하에 선거가 실시된 남한에 국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이제 한반도에 두 개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며 “한·일 조약 60년을 맞아 조약의 기본 조항을 둘러싼 두 나라 간의 이런 해석 차이는 바로 잡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 재개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들은 “북·일 국교정상화는 지역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조성에도 자산이 될 것”이라며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북·미, 북··일간 국교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적대에서 화해로, 대립에서 협력으로, 대등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정신이야말로 진정하고 영원한 우정을 만드는 기초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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