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3일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확립, 국민의 정신적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경제 살리기 전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신라호텔에서 열린 정재철 상임고문의 '아름다운 유산'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우리가 이뤄낸 압축고도성장을 통해 지금 세계속에서 존경받고 대접받는 선진국의 궤도에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가 어려워 좌절을 느끼는 경우 있다.해도 옳고 그름에의 판단과 이것에의 신념을 지키는 정신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며 "이런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정 장관님의 날카로운 시비(是非)에의 판단, 조용하면서도 강한 신념에 대한 고집같은 추진력이 요즘 새삼 그립게 추억 되기 때문"이라고 말을 마쳤다.

반면 이 후보는 "많은 정치계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인사만 드리겠다"며 축사를 고사했으며, 사회자의 축배 제의에 "남의 일 해주시면서도 여든의 연세에 알뜰하고 꼼꼼하게 끝까지 책임지시는 모습 보며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 여든을 살아오셨지만 앞으로 여든도 더 사실 것 같으니 부디 남은 생애에서도 이 대한민국을 위해 큰일 많이 해주시라"고 말하며 정치적 발언은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함께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정 장관의 아름다운 출판기념회를 축하드리며, 정 장관의 원만한 인품과 뛰어난 협상능력은 여당과 야당 모두의 신임을 얻어왔다.그러나 그는 직언도 서슴치 않은 소나무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참석은 하지 않았으나 "평생을 헌신한 정 장관님의 아름다운 행보는 후세에 남을 것이며, 앞으로도 큰 축복으로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축사를 보내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많은 금융 기관 관계자와 국회의원, 정 고문의 친 인척 및 동문 등 650여명의 축하 인파가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