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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6년만에 대한민국을 다시 찾아
 권종상 자유기고가 (발행일: 2017/05/22 21:28:26)

[일상] 스물 여섯 해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다(5월 20~22일 자료)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국적기를 타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에 온 지 27년, 이곳에 와서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가장 마지막 여행과의 간격이 너무 멉니다. 1991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 가 봤으니 말입니다.

어머니께 제가 아시아나를 타는 것이 처음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십니다. "그랬냐?" 예, 하긴 그랬네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그리고 미국에서 두 번 한국을 찾았던 1990년과 1991년, 그때도 노스웨스트를 타고 갔었습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저는 한국에서 이곳에 올 때도, 그리고 다시 한국을 찾았을때도 '김포공항'을 통해 출입국을 했습니다. 인천공항이란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그 규모가 크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뭘 알아야지요.

강산이 거의 세 번이 변하는 시간동안 찾아보지 못했던 조국입니다. 지난해 부모님과 라스베가스 다녀올 때 이런 여행을 다시한번 하자고, 이번엔 한번 한국으로 가보자고, 지나가는 말처럼 했지만 그것이 이렇게 현실로 이뤄지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약속했던 그 오월이 왔고, 그리고 너무나 뜻밖에도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상황이 변했습니다. 정치적 지형이 이렇게 변하리라고, 과연 누가 생각을 했을까요.

친구들이 부러워합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인 나라에 간다고. 이 여행을 처음 생각했을때만 해도, 이런 천지개벽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때입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식으로 집권을 연장할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말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26년만의 한국행을 축복해주기나 하는 것처럼, 정권은 교체됐고 저는 지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쁜 상황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습니다.

당연히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얼마전 친구의 결혼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비행기에도 있었던 기내 와이파이가 한국행 비행기에 없다는 것을. SF갈 때는 두 시간에 5달러던가 7달러던가를 내고 와이파이를 썼는데, 어쨌든 그게 전혀 아깝지 않아 느껴질 정도로 제 넷중독은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가는 열한시간동안 저는 인터넷이 없는 공허함에 시달려야 하는군요. 아, 다행히 비행기 의자엔 작은 화면이 설치돼 있고, 여길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현재 위치의 시각, 남은 비행 시각, 남은 비행 거리, 출발지로부터 얼마나 흘렀는가... 비행기가 이륙한지는 이제 겨우 한 시간이 조금 넘었고 아직 저는 열 시간이 넘는 거리를 날아가야 합니다.

비행고도가 1만미터가 넘었고, 바깥의 기온은 영하 59도라고 합니다. 과거엔 조종사의 계기판에나 떴을 정보들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긴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즐긴다고는 못 하겠어요. 늘 느끼는 거지만 비행기 여행은 세 시간 정도만 되면 딱 좋은 듯 합니다. 시애틀에서 샌디에고까지가 세 시간 정도입니다. 미국을 횡단하는 건 다섯 시간 쯤? 이제 비행시간이 열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안내가 뜹니다. 아마 이 글은 비행기 타고 즐긴 첫 기내식의 사진과 함께, 서울에 도착하고나서야 올리겠지요.

3주. 이렇게 어렵게 한국을 방문하고 나서 있는 시간은 채 3주가 되지 않습니다. 20일 정도? 뭐 길게 쓰려면 긴 시간이지만, 짧다면 참 짧은 시간이 되겠지요. 그동안 나는 무엇을 내 눈에 담게 될까요. 26년이라는 세월은 내가 살던 곳을 많이 변화시켰겠지만, 지금 정권교체로 희망을 가득 담은 우리나라 땅에서는 그 변화들이 제게는 오히려 희망차게 느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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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비행기는 인천에 도착합니다. 좌석에 나오는 정보는 이미 비행기가 일본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남은 비행 시간이 한 시간 이내로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여섯 시에 내리는 비행기는 점점 인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비행기 여행이란 게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을 각오로 하는 거지만, 정말 멋대가리 없는 여행임을 느낍니다. 이제 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만일 창가에 앉았다면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 한가운데에 앉다 보니 그럴 자유도 없습니다. 이제 비행기가 동해 상공을 넘어 우리 영공으로 들어선 것이 화면을 통해 알려지고, 조금 있으면 비행기가 강원도든 경상북도든 상공으로 들어설 겁니다.

이상하게 잠깐 눈 붙이고 나선 한숨도 잠을 못 잤습니다. 평소같으면 지금쯤 쓰러져 한참을 자고 있을 시간, 꼼짝못하고 앉아 있다는 것 때문에 소화가 안 되서 그런지, 별로 먹지도 못했고, 화장실에 두번 간 것 빼고는 그냥 내리 이렇게 앉아 있었습니다. 뒤늦게 이렇게 떨려서, 뒤늦게 이렇게 설레서.

한국 비행기도 그렇고, 동양 비행기들의 크루들은 다 젊고 예쁘시던데, 솔직히 이런 아름다운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그것도 우리말로!) 하는 게 즐겁긴 하지만, 저는 미국 항공사의 나이 든 크루들의 그 노련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곤 합니다. 아, 제트 래그가 저를 얼마나 피곤하게 만들까요. 이제 남은 비행거리는 겨우 418 킬로미터라는군요. 1만킬로미터 가까이 비행기는 날았고, 11시간 반 정도의 비행은 설레임과 피곤함을 함께 섞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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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해서 모처럼 동생과 만나 둘이 오늘 개통한 서울로 인근도 걷고 숭례문도 찍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55년 전 데이트 하실 때부터 드나들었다는 중국집 가서 서울에서의 첫 끼니를 했습니다. 지금은 시애틀 시간으로는 오전 일곱 시 반이 다 되어가는 시간, 말하자면 밤을 꼬박 샌 겁니다. 이젠 좀 자야겠습니다. 이것저것 보고 감상도 많겠지요. 스물 여섯 해 만의 한국 방문이니. 겨우 3주지만, 많은 것들을, 특히 그리웠던 것들을 감각에 담고 가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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