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봄빛 가득한 북한산 향림담 폭포와 독바구(독바위)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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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투성이라는 독바구에서 '독바위'는 유래되었다. ⓒ20140427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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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장흥 사자산의 사자두봉 ⓒ2012 서울포스트자료 |
세 달 쯤 산에 발을 들여 놓지 못했다. 그냥 삶속에 산이 들어와 있어서겠지만 일상에서 먼산의 공제선을 보면 기어오르고 싶어 가슴이 뛴다. 전혜린은 북한산(우리 산야)을 밋밋하게 무념으로 바라봤다. 독일(유럽)의 날카로운 산과 곧게 뻗은 사철 침엽수림에 비해 평가절하한 면이 있었다. 그가 지질이나 기후에 관심을 두었었더라면 삶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그의 치열한 고민은 문학,철학 등에만 편중되었다는 점, 또 확고한 주의(ism)나 사상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그의 글을 들여다 보며 알게 되었다.
오랜 세월 융기, 침식작용을 한 북한산은 화산산인 후지산을 형상이나 질적으로 압도한다. 오늘도 찾은 향림담 계곡 돌바위들 틈 너럭바위가 만든 대슬랩의 폭포를 봐보라. 세월이 켜켜이 빚어낸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풍경 하니, 요즘 사진작가로서 아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썩은 부위가 수면 위로 올라있다. 아해 하나가 이 정도로 무서우면 '13인의 兒孩(아해)' (이상의 오감도烏瞰圖 시 제1호 1절 중)는 얼마나 무서울까.
블로그 이름 '이니그마'라는 포토그래퍼는 (저 아해AHAE 가) [2012년 한국사진작가가 프랑스 시골마을을 통째로 구입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그 아해가 루브르 박물관 앞 뒬르리 정원에서 엄청난 규모의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궁금해 갔는데, '대부분 한국의 익숙한 풍경, 너무나 평범해서 시선조차 잘 닿지 않을 조용한 느낌의 풍경들'] 이라고 기술했다.
화가인 후배가, 그림쟁이는 '나체'에 눈을 대고, 사진쟁이는 '누드'에 렌즈를 대기 쉽다 고 말한 적이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테고 시각적 편향성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했지만, 아해처럼 지나치게 평범해도 이 역시 편향이다.
이슬비가 오락가락한 가운데 예전에 살았던 불광동 집근처에 내려 만두국 한 그릇 먹고 산에 접어들었다. 바로 나타난 돌바위 투성의 향림담까지 코스 는 마을 주민들의 산책길과 같다. 지난 겨울 눈 덮힌 족두리봉과 독바위봉을 기대했지만 세계적으로 따뜻한 겨울이었다고. 산꽃이 남은 능선은 연두빛이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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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시지프스 |
오늘도 휴일이라서 등산동호회가 분대,소대단위다.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그들 야담 - 남: 저 아래 계곡에 내려가고 싶네... 여: 수풀 헤치고 들어가는 계곡, 어지간히 좋아하네... (다 같이) 푸캬캬캬... - 이 정도는 보통이다. 잠시 후 그들 대화의 효과인지, 항상 들른 계곡 사면에서 처음으로 야릇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발견했다. 나무는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이란 동요처럼 자라지만 사실은 하늘로 두 다리를 뻗는다. 지난 주에도 꼭 이런 형태를 발견했는데, 주위를 뱅뱅 돌다가 결국 왜 사람이 거꾸로 선 것을 '물구나무'라고 했을까,에 까지 이르렀다.
생각하는 물구나무 - 이것 때문에 시지프스 신화로 옮겨갔다. 제우스 의 벌을 받아 산정상으로 바위를 밀어 올렸다가 굴러 내리기를 반복하는 시지프스(Sisyphus 시지푸스 시지포스 시시푸스 시시포스)의 형벌. 언젠가 남도 고속도로를 타다가 장흥 사자두봉이 시지프스 의 산처럼 보였다. 그의 굴레는 바로 서머셋 모옴 의 '인간의 굴레'로 이어지곤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 는 호머(Homer 호메로스Homeros) 에 의하면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 의 피를 받았고,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의 코린토스 왕국을 건설한 시조이며, 오디세우스(Odysseus 오딧세우스)의 아버지라는 설도 있다[오디세우스의 어머니 안티클레아(Anticlea 안티클레이아) 가 라에르테스(라이르테스) 와 혼인하기 전].
제우스 가 시지프스 에 씌운 멍에는, 자신를 기만한 '형벌(교활한 죄가)'과 시지프스 스스로 마을을 수호하기 위한 '선택(현명한 희생)'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이 인간에 시사하는 바가 큰데, 어찌보면 오체투지같은 수행이요, 구도의 길이다. 고통스런 행위의 결과가 지어진 상황을 까뮈 는 그의 소설 '시지프스 의 신화' 에서 인간승리로 보았으며, 한편 저 유명한 철학적 언어 '부조리(不條理)'를 도출해 냈다. 오늘 봄빛따라 올랐다가 다시 내려온 나의 산행, 조리인가 부조리인가? (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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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동쪽에 펼쳐진 북한산. 앞부터 기자촌능선, 의상봉, 그 뒤 만경대 살짝, 좌측 백운대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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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향로봉에서 흘러내린 계곡 왼쪽은 동글동글한 독바위, 우측 끝은 족두리봉이라는 독바위 ⓒ서울포스트 |
▣ 본지 발행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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