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도전의 새정치 와 새정치연합
-SPn 서울포스트, 정인대 논설위원

뉴스 이외에는 TV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필자가 요즘 2개의 사극에 정신줄을 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MBC TV(매주 월,화 드라마 밤 10시) ‘기황후’ 이고 나머지 하나는 KBS1 특별기획 대하드라마(매주 토,일 밤 9시40분)로서 ‘정도전’이 해당된다.

두개의 드라마가 고려말 중국(원과 명)과의 시대배경이 같은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다. 기황후가 고려의 공녀 출신으로 원나라의 황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며 여인네들의 궁중암투로 흥미를 야기시키는 등 다소 과장되고 허구적인 내용이라면 정도전은 사실에 근거하는 정사로서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역사의 중심에서 새 왕조를 설계한 인물의 삶을 투영하는데 초점이 있다. 

고려말 공민왕의 시해 이후 귀양살이 하면서 정도전은 역모를 구상했고 이를 시현하기 위해 나이 42세에 이성계를 찾아가 그로 하여금 조선을 개국하게 만드는 공신이 되었다. 정도전은 대업이라고 칭하는 역모를 그의 나이 50인 1392년에 성공시켰지만 1398년 이방원에 의해 시해당하는 순간까지 그의 삶은 매우 고단했고 극단적이었다. 

실제로 급진적 개혁주의자이기도 했던 정도전이 조선 개국을 도모하는 과정에는 이성계로 하여금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 것을 요구하였고 이러한 내용이 3월 2일 방송에서 나온 것이다. 

3월 2일 방송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정도전 덕분에 죽을 고비를 넘긴 이성계에게 정도전은 "이인임이 사돈 맺었다고 장군을 믿을 줄 아십니까? 다른 사람을 속이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속여야 합니다. 겉과 속이 이인임 사람이 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하였다. 

이후 이성계는 고려 우왕이 이인임을 국부로 모시겠다는 제안에 대해 "이인임 대감을 국부로 높이시려는 전하의 뜻 온당하다고 사료 되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성계는 정도전이 시킨대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었음이다. 이는 살아남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대업을 도모하기 위한 철저한 위장이었던 것이다. 

마침 3월 2일(일) 오전 10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간 공동기자회견내용이 전해지면서 기초선거 공천배제에 이어 신당 창당 합의 내용이 발표되었다. 참으로 큰 뉴스라 아니할 수 없다. 120석이 넘는 거대 제1야당이 2석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안철수 신당과 50:50의 비율로 신당 창당에 합의하다니...

김한길과 안철수 두 사람의 정치 합의는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신당 창당을 앞두고 있던 안철수 의원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새로운 신당 창당을 선포한 것은 정말 뜻밖의 일이라 할 것이다. 김한길과의 신당 창당이 과연 안철수가 주장하던 새정치라 할 수 있는 내용인지 살펴볼 일이다. 

그러나 김한길과 안철수의 관계를 보면서 마치 이성계와 정도전의 관계가 연상되어지는 것은 왜일까? 김한길은 당내 이인임이라는 거대한 친노세력에 대항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철수 세력을 끌어들여 당을 추슬러야 할 판이고 안철수는 정도전이 말한대로 대업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처지라고 할까? 

필자가 고려말 격동기의 역사적 상황을 현 정치상황에 도입시켜 언급한 것은 아전인수이지만 요즘같이 정치상황이 급변하고 있음은 기존의 정치공학적 판단에 의한 미래 정치의 예단이 불가능함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민주당과 안철수 측에서는 신당창당에 따른 정치계산이 지금도 다양하게 진행될 것이라 믿는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 논설위원, CEO (정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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