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종로 서민들 맛집 과 초저녁 도심 산책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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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돈화문 위로 석양을 받고 있는 북한산 보현봉. 보현봉은 풍수상 서울의 진산 이라고 한다. ⓒ20131224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
장사할 땐 서울이 내 텃밭인 양 매일 강남북을 한바퀴 쯤 돌았기에 종로,광화문 일대도 자주 나갔지만 지금은 생계형 노동으로 가끔, 또 다른 곳 때문에 들르곤 한다. 그전 직장 생활에선 운도 따른 것이, 본사가 있는 종로에서 한참 근무했었다.
영화나 음악, 고궁이나 갤러리, 골동품 등은 아무때나 접해서, 그저 그런 '곳'이 있다는 정도였지만 무심했던 그때를 돌아보니 참 바보였다,는 생각도 든다.
경운동,관훈동,익선동,와룡동,운니동,(운현동),낙원동,인사동,공평동,안국동.. 사무실이 천도교 본당이 있는 수운회관. 그 맞은 편이 운현궁, 앞쪽으로 3.1운동 발상지 태화관, 뒤쪽이 현대 본사, 그 옆이 비원(창덕궁,창경궁)... 탑골(파고다)공원, 옥상에 올라가면 인왕산,북악산,경복궁,청와대,남산,종묘... 몇 발 띠면 동으로 혜화동,대학로, 서쪽으로 광화문,덕수궁,시청, 북으로 계동,가회동 한옥마을, 남으로 보신각(종각) 지나 청계천을 건너면 남대문,명동... 뭐니뭐니해도 서울의 중심은 종로 요, 한국의 중심도 종로 다.
오늘은 20여년 전 알았던 밥집 사진이 주 목적. 맛집이라고해서 시간많고 돈많은 미식가의 구미를 확 땅긴 그런 곳은 아니다. 속을 더 비울 겸 종로3가 피카디리 앞에서 창경궁 쪽으로 걸었다. 정문 돈화문 위로 햇살 받은 보현봉이 빛난다. 옛날에는 저런 예술을 그냥 보고 지나쳤단 말이지. 아니, 못봤다. 해서, 한 컷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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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교 중앙대교당. 피카디리 극장 맞은 편에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순교터가 있다. ⓒ서울포스트 |
종로에 떡집과 한과 가 많은 것은 퇴궁녀에게 먹고 살라고 저잣거리에 가게 한 칸 마련해 준 연유란다. 그걸로 생계를 유지하고 또 정성들여 만든 떡을 왕실과 나눈 미풍의 산물이다. 수 백년을 내려 온 맛과 품위는 조선 최고 지.
한달여만에 찾은 '소문난집 추어탕'. 시내 한복판에서 수 십년동안 변하지 않는 집이 바로 여기 다. 얼마전 다음포털 블로거가 낙원동 '맛집'들을 차례로 소개해 놓았다. 도시 서민(격조 높여 서민 이지, 사실은 빈민 임)들이 바글거리는 종묘공원,파고다공원 일대는 가끔 노인들의 탈선이 보도되지만 도심에서 마땅히 갈 곳없는 노령층의 동네 앞마당이자 생활 터(박근혜정부는 공약대로 이들에게 빨리 노령연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한때 동성애자로 인한 에이즈 온상으로 오해받았던 낙원동(樂園洞). 정말 천국이요, 낙원이다.
간판도 1992년 그때 그대로 다. 그때 그대로의 소금,고추가루 그릇이 놓인 통나무 식탁에 앉아 해장국을 시켰다. 그때 그대로의 밥, 그때 그대로의 염장무우 깍두기, 그때 그대로의 두부 한 쪽이 든 시래기국, 그때 그대로의 향.. 놀~라운 것은 그때 그대로의 '맛'이다. 한국 천지가 개벽한 20여 년, 사람의 입맛과 재료가 변했어도 음식맛에 변함이 없는 것은 불가사의 하다고 봐야한다. 예로, 밀가루와 양념 스프 가 변해 옛날 최고였던 삼양라면 맛은 지금 어떤 라면에도 없다.
당시 대부계 직원과 함께 가끔 들른 인연으로 난 출근하면서 아침 식사를 그곳에서 주로 해결했다. 1000원이었던 밥값이 몇 개월 뒤 1500원으로, 잊고 살다가 장사할 때 들렀더니 2000원이 돼 있었다. 사장도 밥값오른 시기를 잘 모르고, 지금은 원가 때문에 더 좋은 재료를 못쓰는 현실이란다.
포털에 소개한 블로거는 여기 식사를 '마약' 쯤으로, 은근히 땡기는 맛을 최고로 쳤다. 노인층을 상대한 이 일대가 다 그렇다. 고기 듬뿍 순대국,설렁탕 4000원, 이발 3500원(염색 5000), 자판기 커피 200원 식이다. 그럼에도 내가 먹은 해장국이 왜 최고일까.
첫째, 항상 따끈하게 끓인 상태로 기름기가 없어 절대 탈이 나지 않는다. 둘째, 진수성찬이 신통치 않을 때 입맛을 표준으로 회복시켜 준다. 세째, 라면보다 싼 가격. 네째, 뭘 먹기가 어중간 할 때 안먹어도 좋고 먹으면 더 좋다.
오늘도 순식간에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사람 와글와글 바글바글한 명동으로 향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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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고의 문화재, 우리 국보2호 원각사지십층석탑. 그런데 저 유리는 보호하자는 건지, 격리한 건지 모르겠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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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 ⓒ서울포스트 |
▲ 창덕궁 돈화문 위로 석양을 받고 있는 북한산 보현봉. 보현봉은 풍수상 서울의 진산 이라고 한다. ⓒ20131224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 천도교 중앙대교당. 피카디리 극장 맞은 편에 동학 [바로잡음 : 교조 최제우, 호는 수운(水雲)] 2대 교주 최시형 순교터가 있다. ⓒ서울포스트
▲ 한국 최고의 문화재, 우리 국보2호 원각사지십층석탑. 그런데 저 유리는 보호하자는 건지, 격리한 건지 모르겠다. ⓒ서울포스트
▲ 명동성당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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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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