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갑을' 개혁과 '갑오개혁'에 대하여!
-SPn 서울포스트, 정인대 논설위원

1894년(고종 31) 갑오경장이 발생했다. 1894년 7월부터 1896년 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추진된 일련의 개혁운동을 우리는 '갑오개혁'이라 부른다.

갑오개혁은 조선사회에 있어서 획기적인 개혁운동으로서 우리나라 근대화의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갑오개혁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일찍이 세계정세를 익히고 이를 조선에 도입하여 필요한 개혁방안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개화파 관료들이었지만 개혁의 시의성이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배후에서 지원하였다는 문제로 국민적 반발에 부딪혔다. 

갑오개혁은 일본의 지원을 받음에 따라 타율적 개혁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깨친 이들에 의한 자율적 개혁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어쨌거나 갑오개혁의 정신은 훗날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하는 모태가 되었다. 필자가 갑오개혁을 뜬금없이 끄집어낸 이유는 '갑을개혁'을 설명코자 언급하는 것이다. 

1894년이 갑오개혁이었다면 2013년은 갑을개혁의 해가 되어야 한다. 갑을관계의 개혁이 이루어지는 해로 만들기 위해 갑오개혁의 의미와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다. 갑오개혁의 많은 내용 중에 중요한 관점은 양반과 상놈을 구분하는 신분제의 폐지와 천대받던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갑오개혁으로 인해 양반과 상놈이라는 소위 수직적 '갑을관계'가 대등한 수평관계로 바뀌게 되었다는 말이다.

지난 해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열풍이 정치권의 화두였다면 요즘은 '갑을관계'라는 용어가 새로이 뜨는 화두이다. 그동안 갑의 횡포에 신음하던 을의 감추어졌던 모습과 실태가 경제민주화로 인해 새로워진 국민적 의식을 바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2013년은 반드시 갑을개혁의 해로 바꾸어야 한다.

갑을관계는 대등한 관계로 바뀌어야 하고 갑의 횡포에서 을들은 더 이상 신음해선 안되는 것이다. 진보를 당명으로 사용하는 제 정당들에 이어 최근 김한길 대표가 취임한 민주당도 '을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만큼 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정작 변해야 할, 갑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만하기 그지없는 갑의 횡포는 이루 형언할 수 없다. 이제 그들의 못된 버릇을 바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갑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작태를 분쇄해야 하고 갑을관계에 있어서 불공정한 횡포와 노비 문서에 의한 머슴관계의 구도도 개선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갑'만 위한 정부였다.

그러나 출범 100일째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는 갑의 정부인지 을을 위한 정부인지 헷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삼았을 때 대다수 국민들은 을의 정부가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팽개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대기업과 재벌들이 비자금 만들어 사용하다가 들통났다. 지금도 CJ그룹은 전사적으로 검찰의 심도있는 조사를 받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비자금 숨기는 대기업이 있고 정치자금 숨기는 인간들이 드러나고 있다. 갑의 횡포와 착취로 얻은 수익을 도둑질하듯이 해외에 은닉하고 숨겼음이다. 

서민에게는 중과세를 때리고 대기업은 법인세 인하시켜주고 탈세까지 묵인하는 불공정 세무정책은 국민들로 하여금 위화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위화감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면 적개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실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비윤리적, 비도덕적 기업들이 돈을 쉽게 버는데 타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갑을관계의 동반 상생은 요원한 얘기이다.

갑을 위한 한심한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회는 지금이라도 제발 정신차려야 한다.민생을 입으로 외치는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임대인들이다. 많은 재산으로 힘없는 영세 임차인들 괴롭히는 임대인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같은 악질 법률의 개정이 국회에서 지연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과연 이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수많은 임차인 을을 위한 법이 아니다. 일부 소수의 임대인 갑을 위한 악법에 불과하다. 고쳐야 한다. 몇년전 용산참사로 인해 영세 상인들이 희생되었다. 갑의 횡포로 죽었다. 박근혜 정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 세입자 등 상대적 약자인 을을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국민행복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최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갑이 망하면 을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 강봉균 전의원은 새누리당 워크숍에 가서 경제민주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지난 5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갑을관계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매사를 갑을의 관계로 이분화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렇듯이 집권 여당이 갑을관계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그리고 대다수 을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새누리당은 국민을 계속 실망시키고 있다!

▣ 논설위원, CEO (정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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