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기초 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하라!
-SPn 서울포스트, 정인대 논설위원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4.24 재보궐선거는 서울, 부산, 충청 지역 3곳의 국회의원 선거가 핵심이다. 그러나 실상은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제 폐지에 대한 논란이 화두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해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선거 공약으로 기초 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이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실시되는 4.24 재보궐 선거에서 기초의원 및 기초 단체장 정당공천 폐지가 무위로 끝나게 될 모양이다. 지난 3월 19일,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는 4월 재·보선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해 ‘무공천’ 방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당 공심위의 발표 하루만인 지난 20일, 이 결정은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유보됐다.

민주당 역시 4월 재보선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논의 중이지만, 현행대로 정당공천제를 적용하는 방향인 것 같다. 지난 1월말 실시한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에서 공천권에 대한 논의를 벌인 끝에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결론내렸다고 한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내세웠던 대선 공약을 소속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뒤엎은 꼴이다. 그렇다면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해 정당공천을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정당에 소속된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기적인 욕심에서 기인하고 있다.

정당공천제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지방자치제 의미를 퇴색시키고 지방 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킴에 목적이 있다. 지방정치인을 지역구 국회의원의 가신으로 만들어 총선때 사조직으로 써먹으며 지방선거 때는 공천 장사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 정치인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비와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지방 정치인들은 대다수가 정당공천제를 반대하고 있으며 반면 지역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제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모습이다. 그나마 이러한 정당공천에 대해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이들 국회의원들이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 개정은 힘들어 보인다.

지난 2005년 6월 30일, 국회 여야의원들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을 담은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실시했다. 당시 개정된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기초의원 중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정당공천제와 유급제 신설 등 이었다.

비례대표제는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이 얻은 표를 기준으로 의석을 분배하기 때문에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필수적인 사항이 되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의 개정이후 1년 만인 2006년, 국회의원들은 해당 법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하고 개정안 발의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여야 의원 42명이 6월 21일,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여야 국회의원 모임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당 법률안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해당 법률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이렇듯이 법률의 개정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통과시킨 법률을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개정할 리는 만무하다.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입법행위는 국회의원들의 이기주의적 판단에 의해 졸속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많다. 지방자치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률의 졸속적 개정과 여야 각 정당의 세불리기에 근거하여 문제점을 잉태하면서 지방선거는 오히려 시민들의 무관심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정당공천제의 폐단으로 야기되는 문제는 많다. 지역 국회의원 기호에 의해 선출되는 자질미달의 기초 단체장과 기초 의원들의 구태와 불법 행정은 오히려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정당공천제로 인한 정당의 압박과 개입은 지방자치제의 올곧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선진 정치와 창조 경제의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많은 문제점 중에 하나로 지역혁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일 방법으로 지방자치제도에 있어서 기초 단체장과 기초 의원들 자질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관련 법률의 개정에 박차를 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

▣ 논설위원, CEO (정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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