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자 1차 토론평] 1:2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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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n 서울포스트, 고일남 논설위원

대선이 1:2의 대결로 진행되고 있다. 대선 보름전인 12월 4일에 개최된 제1차 후보토론회에서 박근혜새누리당후보가 야당인 문재인후보와 이정희후보간에 1:2의 대결을 펼쳤다. 1:2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약간의 우세를 보였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면 박근혜후보의 내공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장수들간의 1:2의 대결은 삼국지에서도 드문데 최고수인 여포나 장비 등만이 가능했었다. 장수들간의 1:1대결도 한순간에 목이 날아가는 아슬아슬한 싸움인데 1:2의 대결은 얼마나 장관이겠는가?

그러나 정치쇄신,안보,외교정책등을 놓고 겨룬 제1차 토론회에선 장관을 보여주지 못하고 눈살만 찌뿌리게 만들었다. 박근혜후보와 문재인후보가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에 이정희후보가 돌출발언과 과격발언으로 판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후보와 문재인후보는 기존의 정책제안이 있었으므로 이 정책안을 후보들이 얼마나 숙지하고 있느냐의 확인에 불과하였다. 두 후보 모두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정희후보는 자기의 정강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박근혜후보를 공격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였다. 국가를 운영하는 큰 그림 보다는 미세한 사안을 크로즈업 시키고 과거사를 부각시키며 상대를 인신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대선출마가 박근혜후보를 낙선시키기위함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1:2의 대결이다보니 국민들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문제에 깊숙이 접근할 수 없었다. 가장 큰 현안인 남북문제에 대해 두후보의 대처방안이 겉핥기에 불과한 결과가 됐다. 문후보가 제시하는 NLL의 수호와 남북공동어로수역의 양립가능성이 전혀 논의되지 못하였다. 남북간에 맺어진 공동선언을 모두 지켜야 하는지 또 공동선언을 이행하려면 얼마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지에 대하여 후보들의 심층검토가 됐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겉핥기 토론이었다.

진행상의 문제도 있었다.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1-2분안에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져 내용이 충실하지 못했다. 또 주제를 벗어나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 진행자가 제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1:2의 대결토론을 시청하다 보니 꼭 짜고치는 고스톱을 관람하는 기분이 들었다. 문재인후보와 이정희후보간의 맞장토론은 서로 자기 과시와 봐주기 토론이었다.

이런식의 1:2대결토론이 2차,3차 토론에서도 이루어 진다면 국민들의 알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시청률도 현저히 떨어질게 분명하다.

1:2대결은 토론에서 뿐만 아니라 유세전에서도 펼쳐질 모양이다. 후보를 사퇴한 안철수 전후보가 문재인후보를 위한 지원 유세를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 곧 재미있는 실전의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전호흡과 요가로 단련된 박근혜후보가 특전사의 전문 수중폭파병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컴퓨터전문가의 연합군을 맞아 창과 방패를 어떻게 휘두를지 재미있는 관전이 기다리고 있다.

▣ 논설위원, 교수 (고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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