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정치동업(political partnership)은 헌법정신에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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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n 서울포스트, 고일남 논설위원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도 헌법에 의해 선출하고 또 대통령 당선자도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를 한다.

우리나라헌법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이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장으로써 국정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행정부를 책임지도록 하고 사법부수장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의 임명권을 주고있다.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선출하지만 대통령이 막후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헌법이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한 배경을 알아야 한다. 우선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권력이 종신이고 제왕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에게도 강력한 권한을 준 것이다. 다음으론 내각제를 경험해봐서 그 단점을 절감했기 때문에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여 왔던 것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이 제대로 역활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자든지 분권형으로 가자든지 하는 제안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책임총리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향은 헌법을 수정하고나서 할 일이지 헌법을 수정하지도 않고 그런 방향으로 행동하거나 정책공약으로 내세워서는 안된다고 본다. 대통령이 똑똑하면 얼마든지 헌법을 수정하지 않고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적재 적소에 책임자를 임명하고 그에게 권한을 위임하면 된다. 청와대에서 각부처의 과장까지 임명하려 한다면 장관을 믿지 않는 증거이다.

요즘 야당의 후보단일화 움직임도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 후보단일화가 결국은 공동정부로 이어지고 쉬운 말로 정치동업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동업은 내각제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우리나라와 같은 강력한 대통령제라는 헌법질서하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역사적으로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의 정치동업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DJP연함은 강력한 대통령제의 근간을 흔드는 동업이 아니었다. 양측의 수장이 힘겨루기를 하여 승부를 정한 것도 아니고 정책을 사전에 조률하지도 않았다. 처음에 잘될 것 같던 이 DJP연합이라는 동업도 중도에 깨지고 말았다. 다음엔 노무현후보와 정몽준후보간에 지금과 비슷한 단일화 과정이 있었으나 막판에 깨지고 말았다.

지금 야당이 벌이고 있는 단일화 과정을 보면 단일화에 이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진 후보는 총리가 되는 수순이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됐을 때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과 힘겨루기가 안일어 난다고 볼 수 없다. 양측이 조률하지 않은 새로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결하고 대처하는 방안이 다를 수 있다. 지금 조률하지 않은 양측의 공약을 보면 충돌하는 분야가 많다는 점이 이를 뒷바침해주고 있다.

미국인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연세대의대 교수인 인요한씨가 방송에 출연하여 우리나라에서 동업은 성공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정치동업은 더 어렵다고 했다. 물론 그가 새누리당의 선거캠프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말을 평가절하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업상의 동업이나 특히 정치상의 동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동업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패할 확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양 후보의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 그리고 휘하의 참모진을 보면 정치동업은 험난한 일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과 국민이 져야 한다.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지만 헌법 정신은 대선에 입후보한 각후보가 독자적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선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는 단일화 과정을 밟지 못하도록 선거규정도 바뀌어야 한다.

▣ 논설위원, 교수 (고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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