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뻥 뚫린 전방(前方) 어쩌나?
-SPn 서울포스트, 구기차 논설가
우리의 적 북한군이 넘어와 아군초소주위를 배회해도 깜깜
우리의 적 북한군이 넘어와 초소 문까지 두드려도 몰라
이제 누굴 믿고 두 다리 뻗고 잠을 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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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우리의 원수(敵) 북한군에 의해 우리 해군함 천안함이 기습폭침을 당하여 46명의 귀중한 우리해군병사들이 목숨을 잃었고 평화롭던 연평도 섬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여 인명살상과 막대한 재산상피해를 입었던 것이 엊그제였다.
이러한 북한공산집단의 반인륜적 천인공노할 만행에 정부와 전 국민은 분노하고 집회시위를 벌이며 북한공산집단을 타도하고 성토했다. 또한 우리국군은 적개심에 불타 만일 이러한 만행이 또다시 발생할 때는 몇 배로 갚아 응징하기로 결의하고 그 진원지까지 반드시 찾아내 타격할 것을 굳게 다짐했었다.
이에 놀란 북한공산집단은 전방에 배치한 무기를 숨기거나 배가 고파도 찍소리한번 제대로 못 내고 우리정부가 옥수수와 밀가루를 준다고 해도 마다하고 우리국민과 국군의 의연한 결의에 무서워 몸서리를 쳐야만 했다.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장병들의 눈초리가 반짝반짝 빛나며 만에 하나 북한군이 도발해온다면 자멸뿐이라는 듯 개미한마리라도 들어오지 못하게 철통같이 휴전선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우리국군이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런데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전방이 뻥 뚫렸다니...북괴군이 우리아군초소로 넘어와서 초소 문을 노크해도 몰랐다니? 아예 초소주위를 50여분가량이나 배회했어도 누구한사람도 발견 못하거나 아무도 몰랐다니? 그렇다면 북한군을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엊그제 결의하고 다짐한 것은 뻥이었나?
이달 초 북한군 병사가 전방부대 초소 문을 두드릴 때까지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4년 전에도 북한군 정치장교가 판문점 인근 아군초소로 귀순했던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난리법석이다.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고 뉴스로 요란하게 떠들고 국회에서는 별4개를 단 합참의장을 불러놓고 해이해진 경계근무태세를 따지는가 하면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도 깜짝 놀라서 국방장관을 불러 “당신들 도대체 무엇들 하고 있느냐”는 듯 호되게 질책을 했다. 아니 적군이 철책을 넘어와도 모른다고 이 소문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해외토픽감이 되어 나라망신 시킬 가 봐 걱정도 되고 불안했던 것이다. 더구나 국군통수권자 입장으로서 말이다.
4년 전에는 북한군 정치장교가 철책을 넘어와서는 GP문을 노크해도 몰라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고 권총까지 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론은 군대의 기강 이 해이해졌어도 도를 넘어섰다며 분노하고 질타했다. 더구나 이런 사실이 여러 번 발생했다고 전해지자 이제 누굴 믿고 두 다리 뻗고 자야하느냐며 땅을 치고 불안에 떨었다.
먼저, 지난 2일 귀순한 신장160cm에 체중50kg 나가는 북한군 병사는 4m나되는 3중 철책을 넘어와 동해선 경비대의 출입문에 다가와서 노크를 했지만 인기척이 없자 30m 떨어진 GOP부대 생활관까지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동해선 경비대는 2층 건물로 20~30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불침번이 2층에서 서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병사가 1층의 현관문을 두드려도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하늘이 귀순을 도우려 했는지는 모르나 당시 야간 투시경과 열상관측 장비도 무용지물이었고 CCTV는 아예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군의 '보고 체계'도 허술했다는 것이다.
2008년 사례는 북한군 정치장교가 서부전선 판문점 인근 1사단 관할 GP앞에서 본인 속옷으로 백기를 만들어 흔들었는데도 아무반응이 없자 소지하고 있던 권총 수발을 발사했는데도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여 기가 막힌 이 정치장교는 결국 GP생활관까지 걸어들어 와 문을 두드린 뒤에야 귀순의사를 밝혀야만 했던 것이다.
2009년 3월에 있었던 사례는 민간인이 1사단 지역으로 귀순을 해온 것인데 철책을 통과하고 1시간 가까이 넘었는데도 GP에서 발견을 못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귀순자가 인근에 매복 작전 중이던 수색대원하고 맞닥뜨리게 되자 그때서야 귀순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바로 이 지역은 2008년 북한군 정치장교가 들어왔던 곳이기도 하다.
2010년에 있었던 사례는 금강산 통문으로 북한군 부사관이 귀순한 일이 있었는데 금강산 통문 앞까지 접근했는데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북한군 추격조가 대거 넘어오면서 교전이 벌어지고 그때 귀순자인 걸 알고 우리 쪽으로 유도해 안전하게 신병을 인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군이 발표를 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런 일이 일어나도 발표를 안 하는 이상 국민들은 까맣게 모를 것이다. 그러니 언제라도 북한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기습하여 넘어와 우리장병들을 살상하고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 뻥 뚫린 전방을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걱정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자 여론이 들끓었다. 우리 측 초소 두개를 지나서 내무반 문까지 노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거 진짜 해외 토픽감 정도가 아니라 기네스감이라며. 정말 어이가 없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방 당국에 강한 불신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 기회에 모든 책임을 물어 정치군인들 군복을 벗겨야 한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숨기기에 급급했다니 이런 상황에서 아래 지휘관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상급 지휘관들의 행태가 못됐다.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느냐며 걱정했다.
한해에 30조가 넘는 국민의 혈세를 국방예산으로 가져다 쓰면서 이제는 스스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철책선에 근무해봐서 힘든 걸 알지만 이런 식으론 안 된다며 언제든지 넘어와서 근무병 죽이고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게 증명되었으니 좀 더 인원을 늘리라고 꼬집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건 정말 웃을 일도 아니다. 만약에 귀순이 아닌 기습이었다면 어떻게 할 뻔했나. 미사일 사거리 300km에서 800km로 연장했다고 좋아하고 안심하면 뭘 하나. 등잔 밑이 어두운걸... 정말 웃음도 안 나온다. 초인종을 달아야 하나 세콤을 설치해야 하나. 누굴 믿고 두 다리를 뻗고 자야하나라고 한탄한다.
30여 년이 넘는 군사정권 통치로 국방부가 성역화되면서 군 내부의 비리와 문제가 은폐되어 일어나는 일이라며 군의 특성상 일정부분은 폐쇄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런 것들은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국방부내에서까지 지적한다.
하여 귀순 병사들의 귀순동기를 들어보면 북한정권에 희망이 없어서 배가 고파서 구타 등 가혹행위 차별 노력동원 등 여러 가지 불만이 팽배하여 소대장과 분대장을 사살하면서까지 귀순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최전방에는 출신성분이 좋거나 사상이 투철한 병사만 배치하고 있다는데 귀순이라니...
필자가 그동안 우리의 적 북괴군이 감히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불철주야로 총부리를 겨누고 졸린 눈을 부벼가며 최전방에서 철책 선을 지키며 근무하고 있는 국군용사들의 애국심과 충성심을 칭찬하고 자랑하면서 후방에서 부모형제들이 편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고 공부도하고 밤에는 두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잠을 잘 수가 있어 고마워하고 있었는데... 어찌하여 군기가 빠졌을까.
(구기차 논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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