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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나를 품은 저 산, 어머니 같은 월출산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2/04/20 21:37:04)

[산행] 나를 품은 저 산, 어머니 같은 영암 월출산(靈巖 月出山)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영암 월출산 ⓒ20120417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이번에 영암을 찾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4년 만에 월출산을 만나게 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입에 착착 달라붙은 남도의 안주와 오랫만에 만난 잎새주에 그만 발목이 잡혀서 천황사에서 도갑사까지 월출산 종주산행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남도 산행을 언제나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주범은 술이다.
그러나 술이 무슨 잘못 있으랴.
다 내 탓이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월출산을 알현도 못하고 돌아갈 수 는 없는 노릇!
그래서 다른 관광객들 뒤꽁무니를 따라 천황사에서 출발하여 구름다리까지만 다녀오고 버스로 이동하여 도갑사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대망의 월출산 산행을 대신 하였다.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도 못 그린 셈이다.


남한에서 산세가 아름답기로 첫 번째로 손꼽히는 산은 단연 설악산이고 두번째가 서울의 삼각산, 세번째가 영암 월출산 네번째가 청송의 주왕산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바다.

왜 시인 묵객들이 월출산을 일러 '조물주가 빚어놓은 걸작'이라고 하는지 월출산 동편 천황사 방향의 산세만 봐도 알 수 있다.


명색 뿐이었던 천황사터에 가람이 들어서고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여기서 부터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까지는 등산객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그래서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고 그리 험한 코스가 아니라서 할머니들도 잘만 올라가시는데 내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간밤의 술 한잔에 발걸음 무게는 10kg씩!
얼마나 마셨는지 한 발에 100kg도 넘는 것 같다.
그렇게도 자애롭던 월출산이 ' 야임마 저리가!' 하고 밀어내는 것 같아서 힘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야속했다.

산에 들기 전엔 음주를 삼가하고 몸과 마음을 조신하게 가져야 함을 알면서도 고향 남도만 오게되면 왜 이렇게 객기를 부리게 되는지...


구름다리를 건너고 하염없이 하늘을 향해 솟구친 계단을 꺼이꺼이 올라 사자봉 중턱에 이르니 월출산이 안쓰러워하며 통해 주었나 보다.
비로소 정신이 돌아오면서 살것 같았다.


자일을 둘러매고 산을 오르는 바위꾼들이 제법 많다.
월출산 전체가 거친 바위로 이루어저 있어 수없이 많은 리지 코스가 있을텐데 오직 사자봉 리지 코스만 등반이 허용되고 그 외에 세개의 자연 암벽이 개방될 뿐이라고 한다.

사자봉 리지등반코스는 얼핏 보면 쉬워보이지만 정상에 가까워질 수 록 부분적으로 5.10 난이도를 보이는 곳도 있어서 경험있는 선등자의 리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아찔한 120m 하강이 압권이라 한다.


월출산과 광활한 나주평야의 앙상불은 우리나라 100대 경관에 속할 만큼 국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매우 특이한 풍광을 보여준다.

월출산의 날카로운 암봉 위에 올라서서 일망무제로 펼쳐진 남도의 광야를 바라보노라면 마른 가슴을 뚫고 호연지기가 솟구쳐 오른다.
그래서인지 월출산 인근에선 무수한 영웅호걸들이 배출되었다.


구름다리에서 볼수 있는 조망이라고는 바람골 뿐이다.
언제 가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바람폭포가 아득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초급자도 오를 수 있다는 시루봉이 구미는 당기는데 암벽에 다시 도전해 볼 것인가.
아님 지금처럼 뚜벅뚜벅 길따라 구름따라 유유자적 다닐 것인지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 겠다.


바람골로 내려 오다가 하늘을 바라보니 천공의 햇살속에 아스라히 구름다리가 걸려있다.
천황사에서 천황봉으로 가기 위한 등산로를 이어주기 위하여 만들어진 구름다리는 이제 천황봉보다 더 유명한 월출산의 명물이다.
주연보다 더 스타가 되어버린 조연! 월출산 구름다리!


아직 월출산의 환상적인 속살을 만나지 못했다.
그럴려면 일단 천황봉에 올라서 구정봉으로 향해야 한다.
역광속에 서 있는 사자봉을 비롯한 기암괴석들의 조화는 일테면 그런 월출산의 맛을 살짝 보여주는 예고편 같은 것이다.
이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뛴다.



영암으로 떠나기 전까지 바짝 뒤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던 동장군이 어디로 도망가버렸을까 싶을 만큼 화창한 날씨에다 얼음 한 조각 보이지 않아 남도의 금강산 월출산은 완전한 봄이다.

바람폭포에서 부터 시작하여 바람골로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로 겨우내 쌓인 심중의 먼지를 씻어내며 여러번 중얼거렸다.

" 물이 돌아왔네. "


산을 내려온 다음에도 보고 또 본다.
이 멋진 풍광을 속에서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염초와 백운대가 실루엣처럼 떠올랐다.
어느덧 월출산보다는 북한산이 친근해진 것이다.

아~ 넌 도대체 어디사는 누구냐!
문득 이 속절없는 忘鄕이 서럽다.


예정대로라면 천황봉과 구정봉 그리고 억새평전을 지나 이쯤에서 발을 씻었어야 했다.
그런데 완전한 반칙이다. 버스를 타고 천황사에서 도갑사쪽으로 넘어왔다.


생애 처음으로 자동차를 장만하게 되었을때 아버님을 모시고 찾은 곳이 바로 여기 도갑사다.
그 후로도 여러차레 이곳을 찾아 함께 산책도 하고, 스님도 뵙고 닭 백숙도 사드렸다.( 아버지께만 ㅎㅎ)
아버님은 도갑사를 좋아하셨다.


도갑사 절 마당에서니 어릴적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옛날엔 쇠락한 요사채와 절마당에 스님 수백명분의 밥 짓는 쌀을 씻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돌구유와 석탑만 너른 절마당에 덩그러히 서있었다.
그땐 대웅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타! 그때가 더 절스러웠다는 생각이 든다.



" 하나의 달이 천강에 드리운다."


도갑사를 마지막으로 봤을때가 2008년 경이고 대웅보전이 2009년에 중창되었다고 하니 이번에 첨으로 접하게 되는 셈이다.
도갑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절집들은 어김없이 불사중이라서 온통 공사판이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불사가 끝나고 새롭게 지어진 전각들을 보더라도 산사의 아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대웅 보존은 다르다.
정말 잘 지어진 것 같다.
예술이다.

후손들은 21세기 사찰건축의 걸작이라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산사하면 떠오르는 늘 떠오르는 이미지가 도갑사 용수폭포에서 마애불이 모셔진 극락전이었다.
그 만큼 산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는데 내 마음이 변한 탓일까.
예전같지 않다.
그래도 여기만 오면 참으로 편안해진다.


산은 지친 몸을 보듬어주고 절은 마음의 길을 열어준다.

그래서
산이든
절이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뵙 듯이 옷깃을 여미고 찾아갈 일이다.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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