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한 번은 꼭 가볼만한 메가템플 소백산 '구인사'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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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구인사 ⓒ20120204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사람들의 기원과 염원이 만들어낸 종교적 상징물
네안데르탈인들의 유적에 장례의식을 치룬 흔적이 있었다 하니 그때도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의미다.
현실의 지평 저 너머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믿음은 삶을 현세에서 내세까지 확장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에 의지하여 영적 평화와 안식을 추구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낸다.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에 귀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종교를 믿는 보다 현실적인 동기는 현재의 삶보다 더 나은 내일을 염원하는 데 있지 않을까.
불교나 기독교같은 이른바 고등 종교에서는 현세의 축복을 위주로 하는 신앙생활에 대해
기복신앙이라 폄하지만 질병과 가난으로 점철된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참선이나 하늘나라에서 누리게될 영광보다는 당장의 고통으로 부터 해방되는 것이 훨씬 더 절실한 문제인 것이다.
20세기 후반 이땅에 등장한 세계 최대의 개신교회인 여의도 순복음 교회를 비롯한 대형 교회들은 질병과 가난에서 벗어나고 건강과 풍요를 누리고 싶어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염원과 기원이 만들어낸 거대한 상징물이나 다름 없다.
불교계에도 마찬가지의 시대적 배경속에서 급성장한 종단이 있었으니 바로 천태종 구인사다.
그래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를 메가처치라 하듯 구인사는 메가템플이라 부를 수 있겠다.
바로 그 천태종의 본산인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단양 구인사를 다녀왔다.
1945년에 창건된 한국 불교 3대 종단 천태종 구인사
천태종은 고려의 고승 대각국사 의천이 도입한 종파기 때문에 의천을 상징적인 종조(宗祖)로 삼고 있으나 실제로는 유불선에 통달한 강원도 삼척출신 박상월 스님이 (1912~1974) 부처의 가르침을 토대로 1945년에 창건한 6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신흥 불교종파라 할 수 있다.
불법이 현세적인 삶에 구현 되고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현실불교를 주창하고 소백산 골짜기 초막에서 제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수행 공동체를 시작했는데 그에게 의지하려는 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면서 소백산 첩첩산중의 후미진 골짜기는 50여채의 거대한 건물이 들어선 작은 도시로 변모했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보다 교세가 더 큰 부산 삼광사를 비롯한 전국 300여개소의 관할 사찰을 두고 신도수는 17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교세를 갖추게 되었으니 과히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인사의 성장 비결은 격의 없는 소통
중학교때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직접 들었는데 속사포 처럼 쏟아내는 달변속엔 대단한 중독성이 있어 한 동안 그의 목소리가 계속 귀속을 맴도는 경험을 한적이 있다.
따라서 마음속을 파고 드는 카르스마 넘치는 설교로 대중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을 이끌어 내는 것이 조용기 목사의 능력이라면 박상월 스님의 능력은 무엇일까.
평범한 사람들은 영향력 있는 인사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는 것을 대단한 영광과 자랑으로 생각하는데 유명인사들은 쉽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모 대통령이 성철 스님을 뵈러 왔다가 돌아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만큼 불가의 신도들도 고승을 친견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전해들은 바로는 박상월 스님의 경우 평범한 일반 신도들의 친견을 대부분 받아드려주었다는 것이다.
" 어디 아픈데는 없냐 " " 사업은 잘 되냐 " " 열심히 기도해라. 다 잘될 것이다. "
뭐 이런식에 불과했을지라도 친견한 신도는 그것을 대단한 위로와 희망으로 받아드렸을 것이고 실제로 질병이 치유되거나 꼬인 인생이 해결되는 효험이 수없이 나타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이곳 소백산 골짜기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배용준 컨서트장에서 예기치 않게 배용준과 악수를 나누게 된 일본 여인의 오랜 지병을 나았다는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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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도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신도들이 이곳에서 숙식하면서 수행과 기도생활을 한다는데 장독대를 보니 실감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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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없이 이어지는 전각들이 마치 중국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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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온 일행중 누가 그랬다. 일생에 한번쯤은 와볼만한 곳이라고 100% 공감한다. 이 엄청난 규모의 절집 그 자체가 구경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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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사의 최 상부에 위치해 있어 가장 중요한 건물임을 암시하고 있는 이곳은 대웅전이 아니라 상월스님을 모신 대조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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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의 목조건물인 대 조사전에 안치된 상월 큰 스님 |
구인사에서 만난 이질감
골짜기를 빈틈없이 채우며 끝없이 이어지는 5~6층 짜리 콘크리트 전각들과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에선 산사의 정취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중국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마져도 들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 조사전과 거기에 안치된 엄청난 규모의 박상월 큰스님의 금상과 더불어 수리봉 정상에 조성된 이른바 적멸보궁 즉 박상월 스님의 묘소를 보면서 과연 천태종이 불교를 배경으로 하는 종교인지 상당한 혼란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실천불교에 대한 공감
구인사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박상월 큰 스님이 입적하기 전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종권을 세습하거나 재산을 이양하지 않았다는 점이 첫번째다. 박상월 대조사와 남대충 대종사의 뒤를 이어 현재 천태종을 이끌고 있는 큰 어른 김도용 대종사의 경우 구인사에서 관할하는 농장의 축사에서 20년동안 소를 키운 목부 출신이라는 이력이 그것을 말해준다.
세습. 재산 빼돌리기. 성추행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여 사회문제까지로 비화된 일부 대형교회와 비교할때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래서 박상월.남대충.김도용등 천태종 지도자들이 지향하였던 구세제민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서 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난해한 불경을 쉽게 풀어서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사찰을 비구 중심의 도량이 아닌 대중 수행 도량으로 바꾼것은 참으로 혁명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은 한국 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천불교 천태종의 면모를 나타내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깨달음을 구한다는 주경야선(晝耕夜禪)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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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사를 에워싸고 있는 첩첩산중 소백산 |
구인사에 거는 기대
미신에 빠져 있는 민중들이 스스로 자각하여 질병과 가난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만든 상월 큰스님의 유지가 구인사의 법통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상월 큰스님에 대한 무리한 우상화로 인하여 자칫 그 대의명분이 훼손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교세가 급격하게 확장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기 쉬운 재산싸움이나 성직자들의 성적타락과 관련된 잡음이 지금까지 산문 바깥으로 흘러나온 적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청정도량으로서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구인사가 대중불교. 실천불교를 표방하는 이상 그 관점을 신도 개인에 머물지 말고 우리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을 개선 시키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주는 교단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천태종과 비슷한 유형의 창건 배경을 갖고 있는 원불교가 신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처럼 천태종도 그렇게 친숙하고 존경받는 종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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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월 큰 스님의 묘소 적멸보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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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봉팔문중 하나인 수리봉 정상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오솔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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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봉 정상에서 바라본 구인사를 감싸고 있다는 연꽃잎 형국의 소백산 봉우리들 |
포행중인 한 스님의 뒤를 쫓아 20분 남짓 가팔른 산길을 따라서 수리산 정상에 오르니 상원 큰 스님의 무덤 즉 적멸보궁이 있었다.
잠시 머물다가 송림이 우거진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니 조망이 확 트이면서 소백산 뒤꼭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기가 바로 구인사의 하이라이트다.
다소 힘들겠지만 여기까지 와야 구인사 구경을 제대로 한것이나 다름없다.
한둘러보면서 첨엔 도무지 절같지가 않아 이게 뭐야? 했지만 구인사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면서 이 시대를 살아온 우리 민초들의 염원이 솔직하게 발현된 결과물이라 생각하니 나름 아름답기도 하고 처연하단 생각도 들었다.
꼭 한번은 가볼만한 곳이다. 구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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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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