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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 재활용 미학의 절정 선유도 생태공원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1/09/25 19:44:44)

[서울여행] 재활용 미학의 절정 선유도 생태공원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한강 선유도 생태공원 ⓒ20110920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세월은 유수처럼 10년 가까이 흘러갔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땐 정말 지옥같은 나날들이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 선유도공원을 열바퀴도 더 돌았던 그때 말이다.
테헤란로에 벤쳐 광풍이 휘몰아친 새로운 천년인 2000년 어느날 기자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 먼일이다요? "
" 취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 뭣땀시요? "
" 벤쳐기업 취재차 나왔습니다. "
" 저는 벤쳐기업 아닌데요. "
" 유망한 기업이라고 해서.... "

중앙 일간지에 돈도 안받고 거저 내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에 취재를 허락했다.
그들은 가끔씩 몇마디 물어보면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줄기장창 사진만 찍어댔다.
그땐 바뻐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귀가 하고 아예 방에 라꾸라꾸 침대를 들여놓고 거기서 새우잠을 자는 것이 다반사 였는데 셔터 누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보니 사진기자가 잠자는 모습까지 찍고 있었다.
" 아따 이거 해도 너무 하잖오. 잠자는 것까지 찍는 것 너무 심하잖오"

그리고 이틀후
회사 옥상에서 담배 피워 물고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못생긴 내 얼굴 아래 굵은 글씨로 씌어진 부 제목이 " 여보 미안해. " 였다.
나는 마누라한테 여보라는 소리 머리에 털나고 한 번도 안해봤는데 지네들 맘대로 만들어 낸 소리다.

얼마 있으니 이번엔 테레비 카메라! 이런식으로 언론에서 계속 긁고 찍어대는 통에 도로에 통신케이블이나 깔면서 대단하지도 않는 영상장비를 개발하던 우리 회사는 졸지에 '유망벤쳐기업'으로 탈바꿈 했다.
'에이 나쁜 시키들 촌놈 지 맘대로 살게 걍 놔뒀으면 밥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 없었는데.'

그랬다.
누가 띄워주지 않아도 내힘으로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 없었고 직원들 저녁때 삼겹살에 쐬주 맥여가며 개똥철학 늘어놓으면 박장대소하면서 들어주던 알콩달콩 재밌던 시절이었고 나름 사업기반도 착실하게 다져갈때였는데 신문 사건 이후로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만나는 사람도, 사무실도, 차도, 될수 있으면 표준어를 쓸려고 애쓰는 내 말투도...

마누라나 친구들도 헐크처럼 변해가는 나를 보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나도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빌려 입고 남의집 잔치판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처럼 뭔가 편안하지만은 않았지만 이런게 인생의 황금기인가 싶어 나름 즐긴 측면도 없지 않았다.

구라 쳐가면서 공사나 수주하고 장비 만들어 팔면서 직원들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나 한잔씩 걸치는 것이 딱 내 체질이었는데 일류 대학교 나온 사람들한테나 걸맞는 이상한 틈바구니에 끼어든 것이 잘못된 사단의 시초였던거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피땀 흘려서 일구고 다져진 결과물이 성공인거지 이를테면 로또를 맞거나 생각지도 않은 운때가 찾아와서 일시적으로 잘 나가는 것은 생 장작에 휘발류 뿌리고 불 붙히는 격으로 금새 타오르다 꺼지고 마는 것이라는 걸 그런건 다 가짜라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그런 일은 꼭 안좋게 끝난다.
망할꺼라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쫄딱 망해버려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몇 번 일어서려고 시도를 했지만 그럴 수 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더이상 일어날 기력도 의욕도 없었다.
한 오년을 그렇게 살았나보다.

하여간 그 당시 한강변을 하염없이 걷다가 우연히 찾아낸 곳이 이곳 선유도 생태공원이었다.
그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마치 자폐증 환자나 몽유병 환자처럼 오전 열시쯤이면 어김없이 선유도 공원을 찾아 돌고 또 돌았다.
지리산의 마지막 빨치산 처럼 아마 선유도 공원을 비트로 여기고 살려고 파고 들었나 보다.
그땐 왜 그랬는지 지금은 가물가물하다.

몇년만에 아내와 함께 선유도 공원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여유롭다.
나무도 햇살도 데이트를 하는 젊은 청춘들도 아름답다.
옛 이야기 해서 뭐하겠는가.
아내에겐 그때 그랬었단 얘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대 마음이 무너져 버렸오?
그러면 전철 9호선을 타고 선유역에서 내려 무지개 다리를 건너 선유도로 가보소.
거기선 그대의 아픔을 달래줄 뭔가를 만날 수 있을꺼요.

어지간한 상처들은 한 십년 지나면 다 아물어서
무심한 흔적만 남아 그저 해도 되고 안해도 될
옛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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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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