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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보현봉은 '서울의 정신' (케이블카 안된다)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1/02/17 19:28:50)

[북한산] 보현봉은 서울의 '정신유산' (케이블카 설치 안된다)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북한산 보현봉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기자 주=)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한 첫 번째 수순이 이미 진행 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서울의 영산(靈山) 보현봉을 깍아서 케이블카 정류장과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를 설치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사뭇 궁금한 대목이다.


ⓒ서울포스트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 확보하고 분위기 조성 중

수 년전에 한 자치단체장에 의해 북한산에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일다가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잠잠해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최근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의해 그 것이 다시 불거져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네이버 콩을 후원하면서도 저러다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실제로 사업을 강행 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환경부는 국립공원에 5km까지 케이블카를 설치 할 수 있도록 시행령까지 바꾸어가면서 이 계획에 동조하고 나섰고 이에 맞추어 국립공원위원회는 추진 근거가 되는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는 보도다. 이제 예산만 확보된다면 언제라도 북한산을 비롯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법률적인 조치를 끝낸 셈이다.

ⓒ자료사진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한산 국립공원의 경우 도봉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망을 제공하는 다락능선 코스와 북한산 산성주차장에서 승가봉을 거쳐 보현봉에 이르는 코스가 케이블카를 놓는 후보지로 유력시 된다고 한다.

ⓒ서울포스트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안되는 이유

첫째, 북한산 환경 파괴 불가피


관리공단측은 친환경 공법과 탑승객 산행금지 조치를 통해서 자연훼손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소리다. 그 엄청난 기계장치와 더불어 산 정상에 탑승객 정류장과 전망대를 설치하는데 어떻게 자연 훼손을 피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케이블카 설치후 몇 년이 지나면 슬리퍼나 하이힐을 신고온 관광객들이 문수봉이나 문수사까지 탐방할 수 있도록 최 첨단 건축.토목 기술을 이용하여 참한(?) 산책로까지 만드려 들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도 명분은 힐 체어를 타고온 장애우분들을 위해서라고 하겠지만.

둘째, 북한산 자연경관 훼손 피할 수 없어

조선시대때 부터 30~40년 전까지만 하여도 산성 조성과 무분별한 땔깜 채취로 인하여 황량한 민둥산의 모습을 하고 있던 북한산은 수백년 이래 겨우 그 태고적 원형을 되찾아 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이는 이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의 공이 클 것이고 서울 시민들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한 결과다.

아직 북한산에 남아 있는 가장 흉물은 향로봉 남단과 사기막골 육모정 고개를 지나가는 고압선 철탑으로 그 쪽에서 바라보는 조망을 완전히 망쳐 놓는다. 그런데 북한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구간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오죽하겠는가. 지금 여기에 올린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의 보현봉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보현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절대 안되는 또 다른 이유

그것의 과학적 타당성을 떠나서 풍수리지설은 오늘날의 수도 서울을 탄생한 이론적 배경이다. 그리고 한 나라의 도읍이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발전을 거듭해온 사례 또한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따라서 서울의 풍수지리 코드가 비록 상징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의미까지 간단하게 여겨서는 절대로 안될 일이다.

우리나라 풍수사상의 근본이념은 백두산에서 발원된 기운이 백두대간과 각 정맥을 타고 우리나라 모든 산하에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를 거쳐 대를 이어 내려오는 한 가문의 족보처럼 산에도 족보가 있는데 서울의 경우 도봉산이 고조할아버지 인수봉이 증조할아버지 보현봉이 할아버지 그리고 북악산이 아버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현봉은 서울에게 있어서 할아버지나 다름없는 산인 것이다.

이를 좀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면 백두산에서 부터 시작된 에너지가 거의 고갈되어 도봉산에서 강력하게 증폭되고 그것의 격한 기운이 우이능선을 타고 오면서 조금 안정을 이루다가 인수봉에서 다시한번 증폭되고 산성 주능선을 거침없이 달려오는데 이 기운이 워낙 세차기 때문에 중간에 이를 걸러주는 변전소 역할을 하는 중조산(中祖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풍수적으로 서울이 성립될 수 없는데 보현봉이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산이다.

보현봉은 살기등등한 삼각산의 에너지를 정제하고 순화시켜 서울의 주산(主山)인 북악산에 이르게 하는 서울을 보호하는 풍수지리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봉우리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나라에 변고가 있을때 국왕은 신하를 보현봉으로 보내 천문을 관측하게 하였다.

역사유산이나 자연유산도 소중하지만 정신유산 또한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은 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현봉은 우리에게 있어서 소중한 자연유산이면서 동시에 정신유산으로서의 함의도 품고 있는 것이다. 선조들 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주실 지도 모른다. 보현봉을 건들면 나라가 흔들릴 수 도 있다.

ⓒ서울포스트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대한 배신감

산꾼이라면 누구나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대해서 만큼은 좋은 이미지를 갖고 공단의 정책에 최대한 협조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북한산 마니아치고 사자능선이나 상장능선을 마음에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누군들 공단에서 출입 금지지역으로 설정한 금줄 너머에 있는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고 싶지 않겠는가.
솔직히 과태료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북한산 생태계 복원 노력에 모두들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고 덕분에 북한산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더불어서 자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현봉을 생태보존을 위한 안식년 구역으로 설정하고 북한산의 어느곳 보다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출입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또한 가차없이 부과하던 공단이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그곳에 케이블카 스테이션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지 아연질색할 따름이다.

어쩌면 공단도 어쩔 수 없이 어떤 방침에 의해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시늉만 내다가 그만 둘지도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 신뢰 한가닥은 남겨두기로 한다.

ⓒ서울포스트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발상은 철회되어야 한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측에서 북한산을 비롯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발상은 나름대로 많은 연구 검토를 거쳤을 것이고 더 많은 국민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충정도 얼마간 이해는 가지만 득보다는 실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보이는 사업이니 만큼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계속 이일을 추진한다면 그 동안 하고 싶은 말도 아끼면서 협조를 아끼지 않았고 강력한 지지세력 역할을 해 주었던 산꾼들이 등을 돌려 결사 반대에 나설 것이고 국립공원과 산을 좋아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 여론으로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 신선한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수 밖에 없다.

법까지 바꾸어 가면서 이 사업을 지지하고 동조하는 환경부 또한 부처가 존립하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깊히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뭔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 부치기 식으로 전광석화처럼 추진해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북한산을 사랑하는 마음들은 이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다른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마음들 역시 그러할 것이다. (2011/01/31. http://ecotrip.co.kr)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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