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치스런 국가대표축구 승부차기 빵점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난 경기를 관전하다가 야구공을 못치는 선수들을 보면 '수 십 년 공치는 선수가 그것도 못한다'는 말을하곤 한다. 이번 아시안컵 국가대표 축구도 마찬가지다. '수 십 년 공차는 선수가 페널티킥도 못한다'고. 경기란 이길 때가 있고 질 수 있다지만, 진다면 진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축구의 기본은 '킥'이다. 자기발로 원하는 곳에 공을 못차면 이건 자기발이 아니라 목발이나 고무발 쯤된다. 그것도 정지된 상태에서 말이다.

카타르 아시안컵 일본과 준결승 연장까지 본 입장을 정리하자면 무척 실망스런 선수들의 모습과 경기내용이었다. 게다가 승부차기에서 0-3 패는 진 근거가 상식으로 이해 안된 순간이었다. 그때 다른 나라 기록들은 훑어보지 않았지만 세계축구에 한국대표팀이 치욕스런 기록을 남기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 십 년 축구를 봤지만 승부차기 빵점은 동네축구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자료사진

아니나 1966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부차기제도를 인정한 후 한국 축구가 승부차기에서 '영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대한축구협회(KFA) 홈페이지에 등록된 자료에도 한국이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의 성인대표팀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승부차기 0점 패배를 당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번 한국축구의 충격적인 결과는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조별 예선에서 한국을 2-0으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한 스위스가 16강에서 우크라이나를 맞아 0-0 무승부를 기록한뒤 승부차기에서 빵점 패배에 위안을 둘 수밖에 없다. 당시 스위스팀에 '세계적인 웃음거리', '위대한 기록' 등의 수식어가 붙어졌다.

국가간 축구가 왜 이렇게 중요할까. 그리고 왜 유럽에서 이렇게 난리일까. 그건 축구가 전쟁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전쟁을 가장 닮은 경기가 축구다. 우리가 과거부터 한-일전을 꼭 이기고자 했던 심리적 바탕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유럽은 우리보다 그런 역사가 더 깊다. 봉건영주시대의 영역싸움과 흡사하다. 그런 시대는 영국이 가장 심했고 그래서 영국이 축구종구국이 되었을지 싶다.

전쟁이 없어진 인류에 대리전쟁 모양을 갖춘 것이 축구라서 미국도 농구,야구가 인기를 누리지만 지역간 싸움판인 미식축구의 열광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 전쟁에서는 자기 영역(센터라인을 기점으로)이 있다. 자기 진지를 구축한 군대(선수)는 궁궐(골문)의 왕을 지키는 병사(수비)가 있고, 또 상대진영을 공격할 군사(스트라이커)는 공격력을 동원하여 작전을 펼친다. 수비군과 공격조를 연결하는 보급병(미드필더)들은 물자를 요리조리 배급한다.

군사(선수)는 보병의 따발총(개인기, 숏패스), 기갑부대의 기동력(스피드), 포병부대(중거리 연결)와 공군력(헤딩 등)으로 일전을 치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이 종합적인 이 전력을 갖춰 모처럼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했다면 스페인은 보병과 기동력이라는 재미없는 모양으로 독일을 제압했다, 득점골은 헤딩슛이었지만.

축구를 전쟁으로 비춰본다면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체격,체력이 밀리는 점을 감안하여 스페인처럼 '키작고 땅땅하고 빠른 선수 선발'이 기술육성보다 우선적이다. 우승 스페인 팀을 보면 '공과 발과 눈이 최대한 짧은 거리에서 빨리 움직이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마라도나 나 메시 등의 선수처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자기볼을 컨트롤해 나갈 수 있는 기량을 지녔다.

스페인식 축구는 자국리그가 그렇듯 이기기 위한 축구이기에 보는 재미가 없다. 개인기에 의존한 스페인을 두고 당시 준결승에서 독일 감독 뢰브 는 이점을 간파해 스페인에는 메시같은 선수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대로 독일은 경기에서 이기고 점수에서는 졌다.

그러나 세계축구에서 가장 기본기가 잘 된 나라는 독일이다. (그들은 승부차기에서도 거의 진 적이 없다.) 때문에 국가간 대회에서 가끔 우승하거나 우승을 못하더라도 항상 우승후보로 지목되어 우승문턱에 간다는 이유를 우리는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족: 필자는 국민학교 때 축구연습생을 하다가 왼손잡이(오른발잡이, 좌투우타)라 핸드볼 선수로 전환했다. 도대회를 앞두고 예선전에서 팀이 탈락한 다음, 탁구(6명선수진)로 전국체전 선발전에 나갔다가 역시 떨어졌다.

86,88에서 이름을 날렸던 유남규, 안재형 등은 우리 수 년 후배들과 함께 운동한 선수들이고, 중학교때 필드하키로 전향한 친구들은 국가대표 등을 거쳤다.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위, 보병학교(상무대 연병장)에서 8개중대가 학교장배 토너먼트 경기 때.
군수보급병과 행정병으로 이뤄진 우리 중대는 전투병과 조교로 이뤄진 교도대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임하사로 주장을 맡은 난 개인기와 패스능력 그리고 프리킥 연습에 많은 투자를 했다.

1라운드에서 상대의 힘의 축구를 개인기로 이기고, 2라운드에서는 동점 승부차기에서 5-2로 이겼다(5명 전원이 찼던 경기). 결승에서 판정번복이 없었다면 승부차기로 갈 상황에서 아쉽게 졌던 기억. 사진은 배병노 소장에게서 준우승 시상 때.

▣ 본지 발행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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