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1982년 월드컵 우승 이후 24년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특히 지긋지긋했던 '승부차기의 악연'을 끊고 이룬 쾌거여서 더욱 극적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10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픽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의 사투를 1-1로 비겼으나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1934, 1938, 1982년 월드컵 우승에 이어 24년만에 통산 4번째 우승컵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되짚어보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탈리아 만큼 격동의 시기를 보낸 팀도 드물다. 이탈리아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사건으로 세리에A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으며, 리피 감독 및 다수의 선수들도 예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따른 위기 의식이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단결하는 계기가 됐고 확실한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카데나치오(빗장수비)'로 대변됐던 전통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모험은 성공적으로 귀결되는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일등공신은 단연 리피 감독이다.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전임 감독이 말로만 '공격축구'를 외쳤던 것과 달리 리피 감독은 행동으로 옮긴 선구자로 요약된다.

크리스티안 비에리에 의존했던 기존의 단순 공격루트를 배제하고 루카 토니,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를 과감히 등용하며 공격옵션의 다변화를 꾀했다. 프란체스코 토티, 안드레아 피를로 등 2명의 패스 공급원을 운영한 것 역시 일맥상통하는 내용. 이밖에 투톱 뿐 아니라 스리톱과 원톱 등 다양한 전술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유연성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실제로 '쉽게 잠그지 않겠다"고 공언한 리피 감독의 공격 지향성은 이탈리아가 소화한 독일월드컵 7경기에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대회 '최고의 명승부'로 꼽힐만한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대표적 사례. 당시 리피 감독은 공격수를 잇달아 투입하는 강수를 꺼내들었고, 이탈리아는 연장 종료직전 그로소, 델 피에로가 연출한 '2분의 마법'으로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더불어 리피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역대 월드컵 3전 3패로 요약되는 '승부차기 악연'의 고리마저 끊었으니 2006년 7월 10일은 그들의 축구역사 한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할 것임이 분명하다.